미국 PGA 골프와 사우디 LIV 골프가 ‘같은 배’를 타기로 전격 합의한 것이 미국과 사우디 간 관계 회복을 암시하는 외교적 사건으로 떠오르면서, ‘2030 엑스포’ 유치전의 변수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한국은 사우디, 이탈리아, 우크라이나와 2030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미국은 현재까지 엑스포 지지국을 표명한 바 없다. 주요 선진국들은 11월 최종 투표 직전까지 지지국을 표명하거나 확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은 지난해 5월 엑스포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어 우리보다 6개월 먼저 지지 기반을 다져온 사우디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PGA·LIV’ 합의를 계기로 미국과 사우디 간의 밀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미국의 영향을 받는 일부 국가의 표심이 움직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우디가 대외적으로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호소할 경우 그 영향력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엑스포 표결을 앞두고 특정국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전례가 없다”면서 “사우디에서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등의 얘기를 퍼뜨린다면 거꾸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사우디가 막대한 오일 머니를 쏟아부으며 엑스포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현 전략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거부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엑스포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최근 BIE(국제박람회기구) 사무국 내부에서조차 사우디가 ‘너무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는 우려와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쌓아온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에선 우리가 결코 사우디에 뒤지지 않는 만큼 섣불리 유불리를 논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0~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BIE 총회에서 후보국인 한국·사우디·이탈리아·우크라이나가 4차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다. 11월 말 열리는 총회에서 5차 PT를 하고 최종 개최국을 선정한다. 회원국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야 하고, 3분의 2 이상 표를 받아야 한다. 1차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최소 득표국을 제외하고 2차 투표를 하며, 여기서도 3분의 2 득표국이 나오지 않으면 2국만 남겨 결선 투표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