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CU는 지난 4월부터 일부 매장에 ‘완전 밀폐형 냉장고’를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다. 그동안 삼각김밥·도시락·커피 등 가장 많이 팔리는 냉장 제품들은 손님들이 손쉽게 집어 갈 수 있게 문이 없는 개방형 냉장고에 뒀었다. 하지만 전기 요금이 오르면서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의 부담이 앞으로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냉장고 문 교체 비용은 CU 본사가 부담했다. 한 달 남짓 운영한 결과, 제품 매출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대신 일평균 전력 소모량이 개방형 냉장고 사용 때보다 63% 줄었다. CU 관계자는 “손님들이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전기 절약이라는 취지에 공감하는 것 같다”며 “밀폐형 냉장고 효과를 면밀히 살펴서, 설치 매장을 더 확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송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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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사용이 늘어나는 여름철을 앞두고 산업계 전반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기존의 ‘전기를 아끼자’는 홍보성 차원이 아니라, 비용 절감이라는 경영적 측면에서 접근하면서 더욱 효율적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기 요금이 최근 2년간 4차례 올랐고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마다 ‘에너지 절감’의 절박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기 사용이 많은 제조업계와 유통업계에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설비를 들여놓고, 기업에선 직원들의 전기 절약 실천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한국전력을 비롯한 공공기관에선 에너지 요금 절감과 효율화를 위한 각종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 ‘에너지 다이어트’ 몸부림

에너지 절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유통업계다. 드나드는 고객이 많아 에너지가 새는 지점들이 곳곳에 있고, 냉장고처럼 에너지 다소비 설비가 많기 때문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지난 4월부터 야간 영업시간을 오후 11시에서 오후 10시로 단축했다. 기존엔 퇴근이 늦은 직장인을 위해 문을 늦게까지 열었지만, 이제는 전기 요금을 아끼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개점 20분 전부터 켜놨던 백화점 내 조명을 10분 전부터 점등하는 것으로 바꿨다. 문을 닫을 때도 폐점 10분 전부터 손님들의 상황을 보면서 소등을 시작한다. 롯데백화점은 전국 5개 점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직접 전기를 생산해 사용하고, 이를 연말까지 9개 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 다(多)소비 업종인 제조 기업들도 에너지 관리 설비를 도입하고 노후 장비를 교체하며 전기 요금 줄이기에 나섰다. 경북의 한 주물 공장은 최근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FEMS(공장 에너지 관리 시스템)’를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공장 곳곳에 센서를 설치해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확인, 대기 전력처럼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이다. 또 공장 설비를 재배치해 작업 동선도 단축했다. 이렇게 한 달 전력 사용량을 30% 이상 줄였다. 경남 창원시 한 금속 가공 업체는 공장 전체 600개 전등을 전부 LED로 교체하고, 전기 소모가 많은 낡은 장비도 교체했다. 이렇게 줄인 전기 요금이 매달 100만~130만원 정도다. 이 회사 강모 전무는 “여름철엔 전기 요금이 비싸지는 ‘피크타임’ 제도도 있어 전기 요금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전기료가 계속 비싸지다 보니 초기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설비 교체를 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했다.

기업들은 직원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까지 계단 오르기, 컴퓨터 화면 밝기 조정, 사무실 냉방기 끄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8일 여름철을 앞두고 복장 자율화 제도를 확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상공인 ‘에너지 컨설팅’ 지원 사업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거나 설비 교체 등 비용이 걱정되는 이들을 위한 지원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한전과 함께 제조 중소기업의 폐수처리장 등에 있는 노후 기기를 고효율 기기로 교체하면 구매 비용의 80%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식품의약품안전처, 한전,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과 협약을 맺고 유통업체 ‘냉장고 문 달기’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본부 등은 전통시장 상인, 소상공인에게 ‘에너지 컨설팅’을 제공한다. 업체별 전기 사용량과 에너지 사용 기기 점검 등을 토대로 에너지 절약 방법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