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포항지부 포스코지회가 삼세번 시도 끝에 결국 민노총에서 탈퇴했다.
포스코지회는 13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서 노조설립 신고증을 받아 ‘포스코자주노동조합’으로 새 출발을 했다. 포스코자주노조는 “특정 집단을 위한 하부 조직 형태가 아니라 노동자를 위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했다. 포스코지회는 그동안 “민노총 금속노조가 조합비만 받아가면서 비정규직 노조나 복수 노조처럼 어렵게 노조 활동 하는 사람에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고 비판하면서 민노총 탈퇴를 시도해왔다. 지난해엔 70% 가까운 조합원 찬성으로 두 차례 탈퇴를 의결했지만, 민노총이 “반조직 행위” “절차 미비”라면서 탈퇴를 추진한 노조 간부를 제명하면서 탈퇴가 무산된 바 있다.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전면 중단한 상황에서 정부가 MZ노조나 비정규직 노조 참여를 고려 중인 가운데 철강 1위 기업 노조의 민노총 탈퇴라는 점에서 앞으로 다른 업종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앞서 지난달 말 민노총 화섬노조 롯데케미칼 대산지회도 화섬노조 탈퇴 안을 의결한 바 있다.
◇2차례 무산에도 삼세번 만에 탈퇴
포스코지회는 지난 2일 임시 대의원회를 열고 산별(産別) 노조인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개별 기업 노조로 전환하는 ‘조직형태변경’ 안건을 승인했다. 포스코지회는 작년 10월과 11월 두 차례 조합원 총회를 열고 약 70% 찬성으로 탈퇴 안건을 의결했다. “노동권은 안중에도 없고 노조 간부 자리에만 관심이다” “조합비만 챙긴다” 같은 불만이 누적된 영향이었다. 그러나 민노총이 탈퇴를 주도한 집행부를 제명하고, ‘산별노조의 집단탈퇴 금지 규약’을 근거로 절차 하자를 주장하며 탈퇴를 막았다.
고용부는 지난 2월부터 산별노조의 집단탈퇴 금지규약에 대해 ‘과도한 규정’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지난달 법원이 “금속노조가 탈퇴를 주도한 노조의 집행부를 제명한 징계는 재량권 남용”이라고 판단하며 노조 집행부 제명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포스코지회는 이후 민노총 탈퇴를 다시 추진했다.
포스코지회는 2018년 구성된 포스코 노조 중 하나다. 가장 많은 조합원이 가입한 노조는 한국노총 산하 포스코노동조합이다. 작년 기준 조합원 200여 명이었던 포스코지회의 탈퇴 시도에 민노총이 제명 카드까지 꺼내며 강경 대응한 것은 세력 약화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국내 2위 석유화학 기업 롯데케미칼의 주력 사업장인 충남 대산공장의 민노총 화섬노조 대산지회도 지난달 말 조합원 총회에서 80.25%의 찬성으로 탈퇴 안을 의결했다. 재계 관계자는 “집단탈퇴 금지규약에 대한 고용부의 시정명령과 포스코지회, 롯데케미칼 대산지회의 탈퇴가 맞물려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대 노총 대신 새 노조 힘 실려
민노총 산별노조 탈퇴 외에도 최근 양대 노총 행태에 회의감을 느낀 근로자들의 새 노조 활동도 확대되고 있다. 30대 노조위원장들이 주축이 돼 ‘MZ노조’로도 불리는 ‘새로고침협의회’는 지난 2월 출범 후 13개 노조 8000명 안팎 조직으로 성장했다. LG전자사람중심사무직노동조합과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등이 가입돼 있고, 정치투쟁 배제, 노조 회계투명성 강화, 공정한 성과급제 정립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동조합은 지난 4월 영업본부 노동자 대표 선거에서 양대 노총 단일 후보로 나선 민노총 후보보다 400여 표를 더 얻어 근로자 대표를 맡기도 했다.
삼성전자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DX 노조(조합원 약 5700명)도 새로고침협의회 가입을 논의 중이다.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조와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의 ‘삼성 불매운동’ 등 과격 노조 활동에 대한 거부감이 새로고침협의회 가입 추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동조합(조합원 1800여 명)은 지난 2월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입을 이미 마쳤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DX노조 외에도 복수의 노조들이 추가 합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대 노총 이탈이 가속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