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정부가 멀쩡한 원전을 조기 폐쇄해 수천억 원을 날리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을 앞장서 집행한 야전사령부 역할을 했다. 한때 원전 정책을 주도하며 세계적 수준의 원전 기술과 경쟁력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난 정부에선 180도 돌변해 ‘원전 죽이기’에 앞장섰던 것도 산업부였다. 탈원전의 총대를 멘 탓에 산업부는 ‘에너지 차관’ 자리가 부활하면서 조직이 커졌고, 탈원전 주역들은 퇴직 후에도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으로 영전하기도 했다.
무리한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는 산업부 공무원들의 서류 조작, 증거 인멸과 같은 위법 행위까지 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백운규 전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 폐쇄시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산업부 국·과장 등 3명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돼 올 초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최근 인사혁신처로부터 해임 징계를 받았다.
지난 정부에서 정치권 눈치만 본 산업부는 조직이 더 커졌다. 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1실 4국 16과’였던 에너지 조직은 2022년 5월 ‘1실 6국 22과’로 확대됐다. 또 2017년 없어졌던 에너지 분야를 주로 담당하는 2차관 자리는 4년 만인 2021년 부활했다. 당시 “탈원전 추진에 대한 청와대의 선물”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탈원전 정책에 깊숙이 개입한 이들은 에너지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채희봉 전 비서관은 가스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났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연임까지 하면서 4년 넘게 재임했다. 성윤모 전 장관은 지난 2월까지 한국공학대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산업부 전 고위 관료는 “엉터리 에너지 정책을 주도해 비용 부담을 키운 것도 얼굴을 못 들 일인데, 이제는 태양광 비리로 잇속까지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어 참담할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