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감사 결과에서 가장 경악스러운 비리 행태는 ‘안면도 태양광 사업’이었다. 사업 인·허가를 둘러싸고 공무원과 사업자가 유착한 이권 카르텔, 자기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세금이나 은행 대출로 ‘봉이 김선달식’ 사업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 사업자에 유리한 재생에너지 가격·보조금 정책, 비리의 판을 깔아준 정책 당국의 감독 부실 등 문재인 정부 태양광 정책의 난맥상이 이 사업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본금 10억원, 공사비 3000억원을 들여 연간 1000억원씩, 20년 이상 최소 2조원을 벌게 하는 사업이 가능했던 근거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탈(脫) 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너무 빠르게 밀어붙일 때부터 이런 비리는 예견된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자본금 10억원, 해마다 1000억 수익 보장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면도 태양광 사업은 충남 태안군 안면읍 일대 11만 가구에 보급할 수 있는 306MW(메가와트)급 발전소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전체 부지 넓이만 축구장 860면 규모인 615만㎡(약 186만평)에 이른다. 과거 대기업이 염전·목장으로 사용하던 땅을 2018년 쏠팩(현 태안안면클린에너지)이 빌렸고, 발전 사업 허가를 받았다. 2043년까지 20년 이상 가동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지의 3분의 1인 초지에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없다는 규정에 태안군이 반대해 사업은 난관에 부딪혔다. 이때 나중에 퇴직 후 해당 업체 대표로 옮긴 산업부 A 과장이 고시 동기인 B 과장에게 업체를 소개했고, B 과장이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도록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0월 태안군의 허가가 떨어졌고, 지난해 3월 착공했다.
내년 6월부터 상업 운전 예정인데 착공 당시 사업자가 밝힌 연간 발전량은 약 430GWh(기가와트시)다. 올 1~5월 태양광 전기 평균 구매 단가인 kWh당 171원을 적용하면 전기 판매로 한 해 735억원을 벌게 된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보조금인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1kWh당 70원) 판매액(약 300억원)까지 더하면 연간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발전은 초기 투자 이후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3년이면 공사비를 회수하고, 이후부터는 태양광 업체가 수익을 대부분 가져가게 된다.
◇전기 팔고, REC 판매로 추가 수익까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핑계로 각종 혜택을 몰아주면서 태양광 비리의 판을 깔아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재생에너지 확산과 보급이 빨라지면서 예산·융자·보조금이 굉장히 늘었다”며 “사업 전반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그간 총사업비 중 자기자본 비율이 10% 이상이고, 재원 조달 가능성만 입증하면 사업을 허가해줬다. 산업부는 올 3월에야 총사업비 중 자기자본 비율을 20%로 높이고, 최소 납입 자본금(총사업비의 1.5%) 기준을 신설했다. 안면도 사업은 자본금 10억원으로 사업비의 0.3% 수준이어서 현재 기준대로라면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
태양광 지원금도 지난 정부 5년 동안 급증했다. 에너지 취약 계층에 쓰도록 한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지난 정부 때 태양광 등 신재생 지원에 집중됐다. 2018년 7851억원에서 지난해 1조2657억원으로 늘었다. 또 수십 조원 적자를 낸 한전은 원전보다 4배 이상 비싼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우선 사주고 있다. 석탄·LNG(액화천연가스) 발전사 등이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만들도록 의무화한 RPS(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 제도) 비율을 높여 REC 가격을 뛰게 한 것도 태양광 과속을 부추긴 배경이다. 발전사들은 직접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거나 태양광 업체에서 REC를 사들여 의무 비율을 채워야 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태양광은 돈이 되는 데다 사업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이 벌 수 있으니 너도나도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본지는 이날 감사 결과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A·B 전 산업부 과장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