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3제강 공장 운전실에서 직원들이 공장의 전체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제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3제강공장은 영상 인식을 통해 직접 쇳물 상태를 분석하고, 슬래그(찌꺼기) 양과 위치를 파악해 제거해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왼쪽 홀로그램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제강 온도를 측정하고 있는 모습을 가상으로 표현한 것. /포스코 제공

포스코의 포항제철소는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에서 2019년 7월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전 세계 스마트 공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을 실사해 선정하는 등대 공장에 선정된 건 당시 국내 기업으론 처음이었다. 이때부터 포스코는 스마트 고로(용광로)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비결은 지난 2016년 착수한 고로의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전에는 작업자의 숙련도에 의존해 관리해왔는데, 디지타이제이션을 통해 고로의 각종 지표를 모두 정형화·데이터화한 것이다. 고로는 높이가 110m에 달하는 40층 아파트 수준의 거대한 설비로, 내부 온도가 최대 2300℃에 달한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블랙박스와 같은 이 거대한 고로의 변수들을 디지털화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한번 빅데이터를 축적하기 시작하자 스마트 공정에 가속도가 붙었다. 2017년부터 포항제철소 2고로는 스스로 수많은 케이스를 학습하는 딥러닝을 시작했다. 알아서 변수를 제어하고, 최적의 결과 값을 산출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타이제이션(Smartization)’이 본격화된 것이다.

사물인터넷(IoT)도 스마트 고로의 탄생을 앞당겼다. 과거에는 투입되는 연·원료의 양, 노열(爐熱) 등을 작업자가 일일이 측정해야 했지만, 스마트 고로는 카메라와 센서가 그 작업들을 대신하고 알아서 데이터화했다. 그 결과, 포항 2고로는 ‘AI 고로’라고 불릴 만큼 인공지능 수준의 자체 제어와 예측이 가능해졌다.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가 특별한 이유는 ‘연속 공정’이라는 제철소의 특수한 조건에 최적화한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고로뿐만 아니라 일관제철 공정의 전반에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포스코가 개발한 ‘포스프레임(PosFrame)’은 세계 최초의 연속 공정용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이다.

제철소는 생산 계획을 세우는 일부터 최종 제품을 고객사에 인도하는 일까지 끊김 없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다. 이 때문에 제철소에 스마트팩토리를 적용한다는 것은, 1개 품목을 생산하는 단일 공장에 스마트팩토리를 적용하는 일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의도의 3배가 넘는 부지에 있는 몇 백 개의 공장들에서 생산하는 수백 개의 각종 생산 정보들이 산발되지 않도록 한곳에 모으고, 누구나 가공할 수 있게끔 정형화·데이터화하는 것이 포스프레임의 주요 기능이다.

지난 4월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3제강 공장이 쇳물 예비처리 공정 자동화에 성공했다. 예비처리 자동화 시스템은 슬래그(찌꺼기)를 긁어내는 작업자의 감각을 인공지능이 학습해 자동으로 설비를 운전하는 시스템이다. 영상 인식 시스템을 이용해 인공지능이 직접 쇳물 상태를 분석하고, 슬래그 양과 위치를 파악한다. 현장 작업자들의 작업 방식을 학습해 목표량까지 최적의 경로를 짜서 슬래그를 제거해낸다. 모니터 앞에 앉아서 스틱을 잡고 설비를 조종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석회 투입부터 슬래그 제거까지 예비처리 공정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포스코는 이 밖에 완성된 쇳물을 분출하는 ‘출강 과정’을 AI가 대신하는 ‘자동 출강 시스템’을 개발해 현장 업무 부담을 줄였다. 지난 16일엔 제철소 안전 관리를 위한 로봇 개발을 위해 위드로봇·에이딘로보틱스와 공동 연구·개발 협약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