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은 수교 30년 만에 경제 공동체가 됐다. 특히 베트남은 미·중 무역 전쟁과 코로나 이후 탈(脫)중국을 위한 핵심 생산 기지이자 주요 소비 시장, 연구·개발(R&D) 거점이 됐다.
베트남은 1992년 국교 정상화 이후 교역액(수출+수입)이 약 175배 증가하며 지난해 우리나라 3대 교역국에 올랐고, 1위 무역 흑자국이 됐다. 작년 한국과 베트남 사이 교역액은 877억달러(약 113조6000억원)로 전년보다 8.7%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3위 교역국이었던 일본을 제쳤다. 또 지난해 대(對)베트남 무역수지는 342억달러 흑자로 홍콩, 중국 등을 제치고 처음으로 최대 무역 흑자국이 됐다. 2018년 최대 무역 흑자국이었던 중국은 2019년 2위, 2020~2021년 3위로, 지난해에는 22위까지 떨어졌다. 한국 기업 8800여 사가 베트남에 진출해 70만명을 현지에서 고용하고 있다. 삼성 등 우리 기업이 베트남 수출의 30%를 기여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속에 생산 기지로서 베트남 선호는 더 뚜렷해졌다. 무역협회는 “미·중 무역 전쟁 및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제조 기지를 이전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베트남 내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다. 애플이 ‘맥북’의 새로운 생산 기지로 베트남을 검토하면서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현지 공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의 장난감 회사 레고도 베트남 남부 빈두옹 지역에 10억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8.02%라는 깜짝 성장률을 발표한 베트남은 소비 시장으로서도 매력적이다. 2017년 베트남 탄콩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현대차는 도요타를 제치고 자동차 판매 1위에 올랐다. 덕분에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의 베트남 수출은 전년보다 26.4% 증가했다.
박석재 한국무역학회장(우석대 교수)은 “베트남은 지나치게 높았던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생산 거점이자, 한국 문화에 우호적인 젊은 세대를 바탕으로 소비 시장 역할도 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와 기업이 아세안의 주요 축인 베트남에 집중하는 전략은 매우 유효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