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마다 수조원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전력이 3분기(7~9월)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유·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지난 1년간 전기요금 인상 효과가 반영되는 데 따른 것이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 증권사들이 예상한 한전의 3분기 영업이익은 평균 1조6825억원이다.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3분기에 판매량 증가와 요금 할증 효과까지 나타나며 흑자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한전이 3분기 흑자를 낸다면 2021년 1분기(5716억원) 이후 10분기 만이 된다. 가장 최근인 이달 중순 신한투자증권이 예상한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8150억원으로 추정치는 시간이 갈수록 개선되는 추세이다. 한전은 지난해 전기를 kWh(킬로와트시)당 42원 손해 보고 팔았다. 이 같은 역마진 규모는 지난 4월 7.8원까지 떨어졌고, 지난달 중순 전기요금 인상(kWh당 8원) 이후 전기 구매와 판매 값이 비슷한 수준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 에너지 가격도 두바이유 가격이 4월 하순 이후 배럴당 70달러대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가고, 동북아 LNG(액화천연가스) 현물가격 지표인 JKM도 MMBtu(열량단위)당 10달러 안팎에 머물면서 연료비 부담도 줄었다.

그래픽=양진경

증권사들은 한전이 2분기엔 1분기보다 적자 규모가 크게 줄겠지만, 여전히 1조원대 영업손실을 예상한다. 2분기 적자 축소, 3분기 흑자 전환에도 40조원 넘는 누적 적자 해소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2021년부터 올 2분기까지 한전의 누적 영업손실은 46조원에 이르게 된다. 또 송배전망을 비롯한 시설 투자와 유지·보수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와 한전은 7월부터 적용될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4분기 역시 전기요금 동결 전망이 우세하지만 업계에서는 한전의 회사채 발행 규모와 물가 수준 등에 따라 추가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2일 기준 한전의 회사채 발행잔액은 77조4000억원으로 올해만 9조원 더 늘었다. 3~4분기 흑자가 이어지며 연간 적자 규모가 4조원 수준으로 줄더라도 내년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는 올해보다 25조원가량 적은 100조원으로 줄게 된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에너지 가격 흐름은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없다고 가정해도 3분기 흑자를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한전이 몇 년간 지속했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