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6일(현지 시각) 폴란드 그드니아에서 '폴란드 K2 전차 입하 환영식'이 개최됐다. 사진은 환영식에서 기념 촬영하는 이정엽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사업부장(왼쪽부터),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임훈민 주폴란드 대사, 세바스티안 흐바웩 PGZ 회장,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안제이 세바스티안 두다 폴란드 대통령,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유동준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뉴스1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3일 폴란드에 수출형 경공격기 FA-50의 납품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FA-50 48대를 수출 계약을 체결한 후 10개월 만으로, 역대 최단 기간이다. KAI는 올해 안에 12대를 납품하고, 잔여 물량 36대는 폴란드 공군의 요구에 맞게 개발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납품할 예정이다. KAI 관계자는 “이번 납품은 FA-50이 유럽 시장에 처음으로 데뷔하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했다.

폴란드가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1990년대 동구권 공략의 전초기지였던 이곳은 최근 ‘유럽 한가운데’ 있다는 지리적 이점으로 여러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과의 경제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 덕에 폴란드 수출도 급증했다. 지난해 폴란드 수출액은 78억58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였다. 전년 대비(65만9600달러) 19% 늘었고, 10년 전(36억100만달러)에 비해선 2배가 됐다. 수출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대(對) 폴란드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미국, 베트남 등에 이어 7위였고, 유럽 국가 중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 됐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유럽 핵심 배터리 생산 기지…韓中 치열한 쟁탈전

폴란드는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핵심 생산 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폴란드 정부도 법인세 감면 혜택 등 지원책도 늘리며 우리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배터리 업체 중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유럽 최대 규모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이다. 생산 능력을 연말까지 20GWh(기가와트시) 더 늘려 90GWh로 확대할 예정이다. SK아이테크놀로지, LS전선도 배터리 부품 공장을 가동 중이고, SK넥실리스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 동박 공장을 짓고 있다. 인접국인 헝가리에 진출한 SK온, 삼성SDI까지 더해 한국 배터리 3사의 유럽 현지 연간 생산 능력은 116.5GWh로 EU 전체 배터리 생산 능력의 42.5%를 차지했다. 유럽 시장 점유율은 이보다 높은 63.5%였다.

폴란드엔 최근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면서 우리와 유럽 시장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배터리 전해액 생산업체 캡켐, 구오타이하우롱 등이 폴란드에 진출했다. CATL, 비야디 등 업체들도 유럽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며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K방산 추가 수출·'우크라이나 재건’ 핵심 역할 가능성도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자 우크라이나 등 7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는 군비 현대화를 추진하며 지난해 9월 국내 방산 기업들은 K2 전차, K9 자주포 등 국산 무기 약 20조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은 2차 계약 협상을 진행중으로, 추가 계약 체결 가능성도 높다. 방산 업체 관계자는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유럽, NATO 회원국에서도 한국 무기 구매를 긍정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1953년 한국 전쟁 휴전 이후 우리나라 재건 사업을 통해 인접국인 일본의 경제가 급성장한 것처럼 폴란드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1세기 마셜 플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유럽 재건 사업)’이라 불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비용은 7500억~1조달러(약 1000조~130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 기업들은 발전소와 주택, 도로 분야에 주목하고 있고, 일부 건설사는 이미 폴란드에 지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폴란드는 EU 기금으로 최근 에너지· 인프라·환경 등 여러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어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업의 사업 참여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 몇 년 사이 경제가 성장하며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화장품 등 소비재 수요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