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5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연사로 나서 “현 정부의 이민정책이 1950년대 농지개혁만큼 대한민국을 바꿀 정부 정책이 될 것”이라며 “철저히 국익을 위한 이민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150달러의 나라에서 3만달러로 성장하는 기적을 이뤘다.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거의 유일한 국가”라며 “이런 경제 발전이 가능했던 것은 이병철, 구인회, 최종현 같은 기업인의 기업가정신과 기업의 성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화에 기여한 정부의 결정적인 정책이 있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계획 정책’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미 FTA’ 같은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경제 강국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50년의 농지개혁이야말로 가장 결정적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장관은 “대지주의 농지를 국가가 수매해 소작농에게 분배함으로써, 어떠한 폭동이나 소요 없이 지배계급이 소멸하고 대다수 국민이 자영농으로 전환됐다”며 “‘사유재산’을 갖게 된 다수 국민들이 6.25 전쟁 때 나라를 스스로 지켰고, 기존 대지주들과 젊은 기업인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 산업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농지개혁 같은 혁신적이고 공공적인 선의의 정책이 50년 뒤 국가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를 마련한 것처럼, 인구 문제에 대해 국가 백년대계로 대비하겠다”며 이민정책을 설명했다.
한 장관은 “현재 출산율 0.78%로는 한국은 2100년 인구 2000만명 이하의 고령화 구조가 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출산율을 최대로 끌어올려야겠지만, 저출산은 모든 선진국이 겪은 구조적인 문제로 출산 정책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했고,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민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철저히 국익을 위해 미리 계획을 세우고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는 외국인은 받아들이고, 불법을 저지르는 외국인은 내쫓는 이민정책을 펴야한다”고 했다. 한 장관은 “이민 정책이 그동안 법무부, 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흩어져 있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였다”며 “이민청을 신설하는 것은 이민 정책에 책임을 지는 기관이 생긴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그러면서 “현재 E9 비자로 들어온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이 10년 후에는 나가야하기 때문에 불법체류로 머물려고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10년간 성실히 일하고 봉사한 노동자는 정주권이 있고 가족을 초청할 수 있는 숙련 인력 비자 E74를 얻을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74 비자 발급 외국인이 문재인 정부 말기 때 1000명이었는데, 3만5000명으로 35배 늘리겠다”며 “기업인 여러분들이 현장에서 10년간 지켜보고 그런 분들을 추천해달라. 이렇게 되면 인력난에 시달리는 조선업 등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현재 해외에서도 외국인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도 우수 인재를 받아들이기 위한 정책을 펴기 위해 IT 우수 인재는 다른 비자로 우대하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이민 정책을 먼저 시행한 나라들을 방문해 책임자를 만났고 여러 조언을 들었다”며 “그들에게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민정책에서 뭘 가장 우선시 하겠느냐고 물어봤을 때 공통적으로 한 말은 ‘한국어를 중시하라’는 말이었다. 즉 ‘사회통합’에서 언어가 결정적이라는 말”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한국어를 잘 하는 것이 용접을 잘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며 “용접은 여러분들이 가르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은 우대하고, 한국 사회에 정착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한 장관은 “이민정책은 평등이나 공정의 영역이 아니다. 철저히 우리 국민의 행복와 국익을 위한 방향으로 시행돼야한다”며 “그런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성공시키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한 장관 강연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500여명의 기업인이 모여 경청했고, 강의 중간에 수차례 박수를 쏟아냈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한 장관과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기업인들이 긴 줄을 섰고, 한 장관은 한명 한명 악수하고 대화를 나누며 사진 촬영에 응했다. 한 장관이 이들과 사진 촬영을 다 끝내는데에는 30여분이 걸렸다.
정치인을 방불케한 이날 현장에서 한 장관은 총선 출마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제 충분히 말씀드렸다. 저는 이런 일을 열심히 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날 제주공항에서 출마 계획을 묻는 취재진에게 “법무부 장관으로서 제가 할 일을 더 열심히 선의를 가지고 할 수 있도록 그냥 하루하루 노력하겠다”고 한 말로 답변을 대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