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이 있을 때는 그냥 말하세요. 주변 분위기를 해칠 것을 걱정하지 마세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입사원들에게 “내 의견이 좋은 의견인지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21일 SK그룹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올해 입사한 SK그룹 신입사원 200여명과 ‘회장과의 대화’를 가졌다. ‘회장과의 대화’는 최고 경영진이 그룹의 경영철학과 비전을 신입 구성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자리로,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이 1979년부터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보고’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내가 이만큼 일을 잘 했다’라는 것을 항상 표현하고 싶어하고,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건 감추려고 한다”며 “그러다 보니 계속 장밋빛 보고가 올라오게 되고,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좋은 얘기만 듣고 와서 결정을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보고서 안에는 항상 뭐가 빠지냐 하면 ‘생각대로 안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거의 없다”며 “바둑으로 치면 한 수만 놓고 이게 잘못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하나도 없는 것”이라며 “보고서에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에 나는 어떻게 행동하겠다’ 는 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일단 사업을 시작했는데 1년 안에 어떤 Symptom(증상)과 Signpost(조짐)가 나타나서 계획대로 안 될 것 같으면 그 다음 행동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여러분은 이노베이티브(혁신적) 해야 한다”며 “이제 더 이상 시킨 일을 잘하는 사람이 우대 받지 못한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려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정의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시키지 않으면 일을 할 방법이 없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뭐라고 정의할까?’라고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자꾸 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존의 것을 파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룰을 어떻게 바꾸면 내 시간과 리소스를 혁신적인 데 투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우리의 얘기가 바뀐다”고 했다.
최 회장은 “행복을 함께 추구하라”고도 조언했다. 그러면서 “여럿이 함께 행복할 때 내 개인의 행복도 커진다는 생각을 배제하지 말라”며 “솔직히 내 것을 하나 희생해서 두 개, 세 개가 돌아온다면 그 한 개는 희생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그런데 해보지도 않고 나는 내 것을 하나도 희생하지 않을 거라고 완고하게 울타리를 치기 시작하면, 우리 그룹 안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즐겨 쓰는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사자성어도 인용했다. 그는 “우물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해본다는 말”이라며 “여러분은 여기까지 혼자서 온 게 아니라는 얘기다. 누군가 우물을 팠기 때문에 여러분이 그 물을 마시고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하셔야 해요. 오늘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세요. 또 여러분이 성장하면 여러분도 다음 세대를 위해서 우물을 파세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