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새 주인이 누가 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HMM은 현대그룹 산하 현대상선이 전신으로 2016년 해운업 위기 때 경영권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어갔다. 2017년 국내 1위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1위 자리를 넘겨받은 HMM은 지난 2년간 해운업 호황의 수혜를 누리며 몸값이 높아졌고, 산은이 때맞춰 매각에 나선 것이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HMM 인수전에 뛰어든 곳은 SM그룹이 유일하다. 몇몇 대기업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데 현대글로비스·포스코·HD현대는 “관심 없다”는 입장이고, LX와 CJ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HMM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20일 매각 공고를 내고 HMM 주식 3억9879만주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지분율은 38.9%다. 현재 HMM 시가총액(9조3500억원) 기준으로 지분율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5조원 수준의 딜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공식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중견 해운사 SM그룹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최근 언론에 4조5000억원을 인수 가격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산은이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대기업에 매각하기를 원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HMM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일부 대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포스코·HD현대는 “HMM 인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지만, 향후 전개 상황에 따라 입장은 바뀔 수 있다.
LX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 최대 물류 포워딩 회사인 LX판토스를 갖고 있어, 인수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화주들의 화물을 확보해 선사들을 연결해 주는 포워딩 업체가 컨테이너 선박까지 확보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더 저렴한 운임비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순위 44위인 LX가 HMM을 인수하면 단숨에 15위권에 진입한다. CJ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CJ대한통운의 글로벌 육상 운송망에 해상 운송망을 연결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다만 CJ는 현금 유동성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HMM은 코로나 사태 이후 해상 운임 가격이 폭등하면서 2021년 7조원, 2022년 10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올 들어 운임비가 전년 대비 80% 하락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간 해운업은 100년 만에 올 법한 호황을 누렸다”며 “하지만 신규 선박이 공급되면서 코로나 때 극심했던 선박 부족 현상이 해소되고, 미·중 갈등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물류도 지속적으로 감소해 글로벌 8위인 HMM의 경쟁력이 얼마나 지속할지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