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4149억5000만달러(약 1815조원) 대(對) 15억9000만달러(2조383억원).
지난해 대한민국과 북한의 무역액(수출+수입) 비교다. 대한민국 무역액은 북한의 890배다.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를 상대로 반도체·석유제품·자동차 등을 팔며 세계 6위 수출국에 올랐지만, 북한은 여전히 비단이나 가발·인조꽃 같은 경공업이나 광물·석탄 등 1차 산업이 주요 수출품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196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오는 27일은 6·25 정전(停戰) 70년이다.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내며 G7(7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것과 달리 ‘고난의 행군’을 이어간 북한은 전 세계 200여 국 중 하위 10% 수준으로 전락했다.
◇무역 규모 890배… 운명을 가른 체제 선택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대한민국과 북한의 명목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각각 4048만원과 142만원으로 약 28.5배 차이가 났다. 한국의 1인당 GNI는 정전 이후 북한에 줄곧 뒤지다 1960년대 말~1970년대 중반 역전했고, 이후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정전 직후인 1950~1960년대 소련과 중국, 동유럽 등의 원조가 이어지면서 북한 경제는 잠시 반짝했다”며 “하지만 이른바 ‘계획 없는 계획경제’로 불리는 왕조식 사회주의가 이어지면서 (경제·산업의) 어려움이 장기적으로 누적됐다”고 말했다.
2021년 기준 자동차 등록 대수는 한국은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2491만대인데, 북한은 25만3000대에 그쳤다. 2020년 이동통신 가입자는 7051만명 대(對) 600만명으로 11배를 웃돌았다. 북한은 네 명당 한 대꼴인데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도 1인당 1대를 웃도는 1억2000만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작은 숫자다.
대한민국이 선택한 자유민주주의와 북한의 공산주의라는 체제가 70년 세월의 운명을 갈랐다. 자본주의를 가미한 중국·베트남과 달리 폐쇄 경제를 고수해온 북한은 공산 국가 내에서도 경제적 성과가 크게 떨어졌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는 “중국과 베트남은 각각 세계 패권을 쥐겠다는 목표와 통일 후 국가 경제를 일으켜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목적 아래 개혁·개방에 나섰지만, 북한은 세습 체제 안정을 무엇보다 우선시 하면서 시장 경제를 등한시했다”며 “결국 자유 경쟁을 배제한 북한 체제에서 산업 발전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지나친 경제 격차는 통일에 부담
1948년 북한이 수풍댐에서 보내던 전기를 끊으며 한국이 전력난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연간 발전량은 이제 5768억kWh(킬로와트시)와 255억kWh로 20배 이상 차이 난다. 1980년만 해도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한국 발전량이 1450% 급증하는 동안 북한은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김병연 교수는 “현지 지도, 노력 동원이 이뤄지는 북한은 경제가 정치에 봉사하는 체제”라며 “2010년대 중반 경제 제재 이후 광물과 수산물 수출도 많이 줄어들며 여전히 경제가 60년대 후반~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박정희 정부 당시의 경제개발계획을 계기로 가파른 성장 가도를 이어갔다. 김범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은 “우리는 냉전 당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 쉽게 접근한 데 이어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의 폭발적 성장을 잘 활용했다”며 “북한은 소련이 미국과 같은 역할을 못한 데다 공산권이 1980년대 말 이후 몰락하면서 경제적으로도 고립됐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경제 격차는 앞으로 남북 화해 국면이 도래했을 때 국가와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독일 통일 당시 서독 경제력이 세계 4위, 동독이 35위권이었는데도 통일 이후 후유증이 작지 않았다”며 “GDP 세계 13위인 한국과 최하위권인 북한이 지금 상태로 통일하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