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때 일주일 베트남 여행을 계획 중인 직장인 김태민(40)씨는 자신이 가입 중인 통신사에 스마트폰 데이터 로밍을 신청할지, 아니면 현지 유심(가입자 전화번호가 담긴 칩)을 사서 쓸지 고민 중이다. 김씨의 선택지는 2만9000원에 30일간 기본 데이터 3GB(기가바이트)를 주는 로밍 요금제(SK텔레콤)와, 9900원에 7일간 무제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베트남 비나폰의 선불 유심이다. 김씨는 “가격만 따진다면 로밍보다 현지 유심이 훨씬 좋아 보이지만 현지 유심은 직접 사서 스마트폰에 갈아 끼워야 할 뿐 아니라, 로밍과 달리 원래 내 휴대폰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해서 고민이다”고 했다. 여름휴가철 해외여행 때 통신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이런 고민을 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데이터 로밍과 해외 유심은 각기 장단점이 있는 만큼 여행 기간이나 필요한 데이터 사용량, 편의성 등을 고려해 어떤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따져봐야 한다.
◇통신 3사, 혜택 강화… 이용자 ‘공유’ 옵션도
통신 3사는 하루 1만원 안팎(SK텔레콤 9900원, KT·LG유플러스 1만1000원)에 기본 데이터(300~500MB)를 제공하는 로밍 요금제를 운용하고 있다. 기본 데이터를 다 써도 속도가 제한된 상태에서 계속 사용은 가능하다. 하지만 요금이 비싸다는 지적이 많아 통신사들이 이보다 저렴한 기간제 로밍 요금제를 내놨다. 가령 7일간 기본 데이터 3.5GB를 3만3000원(LG유플러스)에 제공하거나 30일간 4GB를 4만4000원(KT)에 주는 식이다. 최근에는 할인 프로모션도 실시 중이다. 여행 동반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해외 로밍 요금을 아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SK텔레콤은 3만9000원에 30일간 6GB를 쓸 수 있는데, 여기에 3000원을 추가하면 SK텔레콤을 쓰는 가족 구성원 5명(본인 포함)까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5인 가족이 SKT를 쓰면 1인당 8400원에 여행 기간 카톡 등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셈이다. KT는 15일간 2GB를 제공하는 3만3000원짜리 요금제를 내놨는데, 친구나 지인 등 KT 이용 동행자 3인(본인 포함)이 데이터를 나눠쓸 수 있다. 이외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자사 청년요금제 가입자 등에게 일부 로밍 요금제를 50% 할인해주고 있다.
◇긴 여정이나 데이터 많이 필요할 땐 유심 유리
해외 유심은 로밍보다 가격이 싸고 쓸 수 있는 데이터 양도 많다. 여행 기간이 길거나 평소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소비자에겐 해외 유심이 로밍보다 유리할 수 있다. 유럽과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데이터 이용이 가능한 영국계 통신사 ‘스리(three)’의 유심을 구입할 경우, 약 1만9000원에 한 달(30일)간 데이터 10GB 이용이 가능하다. 싱가포르 싱텔은 10일에 1만4800원(하루 2GB씩 총 20GB), 미국 티모바일은 10일에 2만9800원(데이터 무제한)짜리 선불 유심 등이 있다. 여행지에 도착한 뒤 스마트폰에 있는 국내 유심을 빼내고 해외 유심으로 바꿔 꽂으면 이용 가능하다. 곧바로 ‘현지 전화번호’가 부여되면서 방문한 나라의 통신사에 가입된 휴대전화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로밍이 국내 전화번호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과 달리, 유심을 바꿔 끼우면 국내 010 번호로 수신되는 전화와 문자를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 본인이 직접 해외 유심으로 교체하고 귀국 후 다시 기존 유심으로 바꿔 끼워야 한다.
다만 최신 폰 이용자들은 e심 기능을 활용해 이 같은 불편함을 피할 순 있다. e심은 유심처럼 별로 칩을 꽂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내부에 가입자 정보를 소프트웨어처럼 다운받는 방식이다. 애플은 2018년 출시된 아이폰Xs 이후 모델부터,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출시된 갤럭시Z4 시리즈 이후 모델부터 유심과 e심을 함께 쓰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해외 유심을 e심 형태로 다운받아 스마트폰에 설치하던지, 아니면 국내 유심 내용을 e심으로 옮겨놓고 구매한 해외 유심을 스마트폰에 꽂아 해외에서도 기존 국내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평소 스마트폰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에겐 이 역시 번거롭고 쉽지 않은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