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페이에 있는 한 배터리 제조회사의 생산 라인 모습./뉴시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통로로 한국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 업체들을 동반자로 삼아 규제를 우회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30일(현지 시각) 지난 4개월 동안 중국과 한국 기업들은 총 5조1000억원(약 40억달러)을 합작 투자해 한국에 5개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 한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미국에서 제조하는 전기차에 장착하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한국 배터리 관련 업체 간 합작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중국 업체인 닝보 론베이 뉴에너지테크놀로지는 지난주 한국에서 공장 설립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론베이 뉴에너지 관계자는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은 IRA에 따른 핵심 광물과 관련한 요구 사항을 충족한다”며 “유럽과 미국 시장에 수출 때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SK온은 지난 3월 중국 기업과 전구체 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고, 중국의 저장 화유코발트는 올해 초 LG 및 포스코 측과 합작투자에 합의했다. 이밖에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6월 글로벌 전구체 선두기업인 중국 CNGR(중웨이·中偉)와 니켈 제련소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기업들은 배터리 및 배터리 재료 공급망을 지배하며 전구체 등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에 공급되며, 이렇게 생산한 배터리는 다시 GM과 테슬라, 폴크스바겐 등이 제조하는 전기차에 장착된다.

한국과 중국기업들의 제휴를 두고서는 우려와 기대가 상존한다. 제임스 리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언제든 IRA 세금 혜택에서 이들 합작 투자를 제외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로서는 중국 기업과의 제휴가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한국이 중국과의 동반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망도 나온다. 제임스 오 SNE리서치 부사장은 “전기차 생산 공급망에서 완전히 중국 기업을 배제하면 전기차 생산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편, 한국 배터리 업체들로서는 합작을 통해 중국이 지배하는 배터리 시장에서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