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그룹의 한 계열사에서 비서 4명이 한꺼번에 해고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부사장·상무 등 임원들 업무 처리를 돕던 계약 직원들이었는데, 수개월간 회의비 등 수백만 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해 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비서들은 수개월 동안 자신이 모시는 임원 앞으로 나온 회의비 등 경비를 개인 용품 구매에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회사 사무용품을 구매하면서 자신이 필요한 애견용품, 밀키트나 고가의 커피머신, 스피커를 함께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고가 사무용품을 중고로 팔거나 현금으로 나오는 골프장 캐디비를 빼돌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비서들은 상급자 결재나 품의서 작성 같은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삼성 관계자는 “(재무팀이) 임원에게 일일이 ‘이 돈 왜 필요한 거냐’고 물을 것도 아니고, 비서가 필요하다고 하니 확인 절차 없이 내줬을 것”이라며 “현금으로 정산하는 경우도 많아 자금 관리에 허술한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비서들이 빼돌린 회삿돈은 개인별로 수백만 원대에 달한다고 합니다.

횡령 사실은 서로 사이가 틀어진 비서들이 상대방 비위 사실을 내부 제보하면서 드러났다고 합니다. 회사 감사팀이 조사에 착수했고, 문제의 비서들은 지난달 31일 계약 해지됐습니다. 해당 회사 측은 “비서들은 파견 업체 소속 계약 직원이라 곧바로 계약 해지했다”며 “파견 업체를 통해 직원들이 착복한 비용을 모두 돌려받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엔 삼성전자에서도 근무 기강과 관련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불거졌다고 합니다.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는 삼성전자 인사팀이 지난달 27일 ‘근무 기강 확립’을 당부하는 메일을 발송했는데 여기엔 근무시간 중 회사 밖 병원을 다녀오거나, 게임을 하고, 복지 포인트로 산 상품을 재판매해 이득을 취하는 등의 부정행위 사례와 징계 결과가 담겼습니다. 이 같은 전체 메일은 10여 년 만이라고 합니다. 이런 크고 작은 부정이 잇따르면서 구멍 뚫린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