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올 들어 최고치를 잇달아 기록하고 있다.
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48달러(1.78%) 오른 배럴당 84.4달러에 거래 마쳤다. 지난해 11월16일(85.59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 들어 최고치다. WTI는 이틀 동안에만 3%가 올랐다. 앞서 두바이유도 지난 7일 배럴당 87.73달러를 기록하며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WTI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 16일(88.06달러)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브렌트유 또한 지난 9일 87.55달러를 기록하며 올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석유제품 재고 감소와 오펙플러스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이 이유로 꼽힌다. 지난주 미국 휘발유 재고는 270만배럴 줄어든 2억1640만배럴을 나타냈다. 1년 전(2억2030만배럴)과 비교하면 390만배럴이나 적은 규모다. 로이터는 “당초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한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사우디와 러시아 등 산유국의 감산이 이어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흑해를 중심으로 격화되는 것도 유가 상승의 이유로 꼽힌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인프라시설을 공격하면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 한 달여의 상승세가 계속될지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WSJ가 최근 시행한 설문에 따르면 전문가 다수는 브렌트유는 2024년 2분기까지 현재와 같은 87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WTI는 내년 상반기까지 83달러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산 영향이 이어지겠지만,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더딘 데다 사우디의 예비 생산력이 확대되고 있는 게 이 같은 전망의 배경으로 꼽힌다. 고유가가 이어지며 해상 유전 개발이 확대되는 것도 국제 유가가 지난해와 같이 100달러 수준까지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한편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지난 9일 올 들어 최고인 1702.56원을 기록하며 1700원대로 복귀했다.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이 1700원대를 나타내기는 작년 9월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