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뉴스1

삼성전자가 해외 유보금을 국내로 대거 들여오고 있다. 정부의 세법 개정에 따른 ‘자본 리쇼어링’이 가속화되면서, 환율 방어와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성전자 해외법인의 본사(국내 법인) 배당액은 21조8457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8조4398억원에서 2분기 13조4059억원으로 계속 늘렸다. 이는 작년 상반기 배당액(1378억원)보다 158배 많다. 역대 상반기는 물론 연간 배당액 기준으로도 가장 많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베트남법인 등 해외법인의 이익잉여금이 배당금 형태로 들어온 것이다.

이는 정부의 세법 개정 효과가 확실히 나타난 결과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내에 본사를 둔 기업의 해외 법인이 거둔 이익을 본사로 배당할 때 세금을 상당 부분 내지 않아도 되도록 법을 바꿨다. 해외에서 이미 과세한 배당금의 95%는 국내에선 비과세로 바꿔 이중 과세를 면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도 올해에만 59억달러(약 8조원)의 해외 유보금을 국내로 들여오기로 하는 등 자본 리쇼어링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금 대부분을 해외 유보금 형태로 갖고 있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15조2273억원인데 이중 상당액은 미국·아시아법인 등이 보유중이다. 국내외 계열사를 제외한 삼성전자의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3조9217억원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삼성전자는 올 초 시설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빌리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들여온 돈을 대부분 설비투자로 쓴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인 25조3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단행했고, 같은 기간 연구·개발(R&D)비로 14조원을 썼다. 업계에선 평택 공장 건설 등에 대거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자본 리쇼어링은 경상수지와 원화 가치 방어에도 도움된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24억3570만달러다. 경상수지에 포함된 직접투자(해외법인 등) 배당소득 수지 흑자는 151억9700만달러다. 또 외화를 들여와 환전하는 과정에서 원화 가치를 방어하는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