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에 글로벌 기업들의 인도행 행렬이 쉼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반도체·인공지능 관련 대중(對中) 규제 등이 이어지면서 탈중국을 고민하는 기업들의 인도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인도 구자라트에 27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짓겠다고 최근 밝혔다. 반도체 불모지로 불리던 인도에 들어서는 첫 글로벌 반도체 공장으로 내년 12월 가동 예정이다. 이 공장 건설 계획 발표는 지난 5월 중국 정부가 보안 문제를 들어 마이크론 제품 구매 금지 조치를 내린 뒤 이뤄졌다. 미·중 갈등으로 판매에 타격을 입자 곧바로 대규모 인도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주력 제품인 아이폰의 물량 90%를 중국에서 만들고 있는 애플은 향후 인도 비율을 늘릴 계획이다. 애플은 전체 생산의 7%인 아이폰의 인도 생산량을 2025년까지 25%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애플 협력사 폭스콘은 인도 벵갈루루 등에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해 신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AMD가 지난달 같은 지역에 4억달러(약 5300억원) 규모 반도체 디자인 센터 건립 계획을 밝혔고, 아마존과 구글도 각각 인도에 260억달러(약 34조7000억원)와 100억달러(약 13조3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방산, 엔터테인먼트 등 분야에서도 굵직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GE는 지난 6월 인도 국영기업인 힌두스탄 항공과 제트기 엔진을 인도에서 공동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보잉도 같은 달 인도에서 조종사 훈련 인프라 조성을 위해 1억달러(약 133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도 인도 내 시청 시간이 전년보다 30% 증가했다며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