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세계가스총회 당시 우드사이드 에너지 그룹의 부스 모습./로이터연합뉴스

호주 LNG(액화천연가스) 생산시설 노동자들의 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수급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호주는 세계 LNG 물동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성수기인 4분기를 앞두고 LNG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3분기 동결했던 도시가스 요금과 전기 요금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20일(현지 시각) 로이터 등 외신은 호주 에너지업체인 우드사이드의 노조는 이날 이르면 다음 달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임금과 노동 조건 등을 두고 노사가 갈등을 빚어온 끝에 파업을 눈앞에 둔 것이다. 로이터는 “노조 측은 오는 23일 영업 종료 때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파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만장일치로 승인했다”며 “7일간의 유예기간을 감안하면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셰브론의 고르곤 LNG 플랜트에서도 노조가 지난 18일부터 파업을 위한 투표 절차에 돌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우드사이드와 셰브론 LNG 설비의 공급량은 전 세계 LNG 시장의 10%에 이른다. 파업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9일 네덜란드 거래소(TTF)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장중 한때 40% 급등하며 MWh(메가와트시) 당 43유로까지 치고 올랐다. 국내 LNG 현물 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JKM(일본-한국 가격지표) 가격도 MMBtu(열량단위) 당 10달러 수준에서 최근 들어 13~14달러로 급등했다. 호주는 우리나라의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이다. 지난해 전체 LNG 수입량(4639만t) 가운데 호주는 25%(1165만t)를 차지하며 카타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고, 올해도 7월까지 586만t을 수입하며 1위에 올랐다.

LNG 시장에 충격이 오면서 4분기 전기·가스요금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전기·가스 요금은 논란 끝에 5월 중순 각각 5.3% 오른 뒤 3분기에는 동결됐지만, 여전히 대규모 적자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 에너지 가격까지 요동치며 4분기 인상 필요성이 커지는 것이다. 수차례 인상에도 한전은 상반기 적자만 8조원을 웃돌면서 누적적자가 47조원에 달한다. 지난 5월 바닥을 찍었던 구매단가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가운데 호주 파업이 현실화되면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스공사도 여전히 미수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 재무구조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는 관측이다.

적자가 쌓일 경우 작년 말과 같이 다시 한번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전은 상반기 당기순손실이 6조1000억원을 반영할 경우, 회사채 발행한도는 74조원 수준으로 급감한다. 7월 말 기준 회사채 발행 잔액이 78조9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3,4분기 실적 개선이 없으면 내년에는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40%가량 전기·가스 요금이 오른 상황에서 다시 한번 난방비 폭탄 이슈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사실상 요금 인상을 억제한다고 밝히고, 유류세 연장 등을 통해 물가 잡기에 범정부적으로 나선 상황이라는 점은 변수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4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할 9월에는 인상 불가피론과 동결론이 치열하게 부딪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