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의 3.7%를 준조세 성격으로 추가 징수해 필요 이상의 재원을 적립하고, 애초 취지인 취약계층 지원이 아닌 에너지공대 설립 등에 투입돼 지적이 끊이질 않는 ‘전력기금’ 등 법정부담금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경제계 의견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발표한 ‘법정부담금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법정부담금은 공익사업 추진, 정책목표 달성 등을 이유로 부과되고 있지만 국민과 기업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지워 민간 경제활동을 저해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며 “경제·사회 변화를 반영해 타당성이 떨어진 부담금은 폐지하고 과도한 부과 요율은 조정하는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정부담금이 부적절 사용의 대표 사례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이 꼽힌다. 애초 징수 목적인 전력 취약계층과 관련해 사용되는 비중이 작고, 징수액은 필요 이상으로 많아 다른 사업의 재원이 되게 하는 등 원인·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전력기금 부담금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징수액도 늘어나 사업비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 징수되고 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사업비와 운영비를 제외한 여유재원은 2009년 2552억원에서 2021년 3조777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천문학적 금액으로 쌓인 여유재원은 정부가 기금 등 여유재원을 통합 관리하는 공공자금 관리기금에 예탁되고 있다.
전력기금 부담금 등 법정부담금은 1961년 도입돼 현재 여러 부처에 걸쳐 90개에 달한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부담금 규모는 2002년 7조4000억원에서 작년 22조4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부담금 관리제도를 통해 존치 필요성을 3년마다 평가해 합리성이 낮은 부담금은 폐지하도록 했지만 그 효과는 사실상 미미하다. 2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부담금이 67개로 전체 부담금의 74%에 달한다고 한다.
대한상의는 현행 부담금 관리제도가 부담금 통제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부담금 목적의 타당성, 부담금 부과의 적절성, 부담금 사용의 적합성 등 ‘부담금 3대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기준에 맞지 않는 부담금을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타당성이 부족한 부담금으로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등을 꼽았다. 입장권 부과금은 영화관을 찾는 국민 대상으로 입장권 가격의 3%를 부담금으로 징수한다. 그러나 영화로 수익을 보는 이해관계자(제작자, 배급사 등)가 아닌 일반 국민인 관객에 부과하고, 영화 진흥사업의 재정충당에만 이용돼 타당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과 적절성이 부족한 부담금으로는 신용보증기금 출연금, 혼잡통행료, 지하수이용부담금 등을 꼽았다. 이들 부담금은 부과조건 및 요율이 시행규칙, 고시 등으로 정해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법정부담금은 국민에게 금전적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조세와 같지만 조세법률주의 같은 엄격한 통제 없이 부과·징수가 이뤄지고 있어 정당성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면서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도는 저성장 구조에서 부담금이 민간 경제활동을 저해하지 않도록 법정부담금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