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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는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차세대 산업으로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이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했던 결실들이 이제 막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CATL로 대표되는 중국 배터리와 파나소닉이 이끄는 일본 배터리가 우리나라를 추격 중이지만, 아직 한국의 저력은 제힘을 다 발휘하지 않은 상태다. 특히 한국의 배터리 경쟁력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같은 배터리 기업에 그치지 않고 완성차와 소재 기업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래픽=이지원

◇세계시장 이끄는 한국 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지난 1992년 이차전지 연구를 시작한 이후 끊임없는 혁신으로 세계 최고 기술 역량을 쌓아왔다. 올 상반기 기준 등록 지식재산권만 2만8652건, 출원 특허를 포함하면 5만여 건으로 세계 최대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북미·중국·폴란드·인도네시아 등 5개 지역에서 단독 또는 합작 배터리 공장을 건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성과는 연구 개발(R&D) 역량에서 나온다. LG엔솔은 우리나라와 중국·미국·유럽에서 R&D센터를 운영하며 올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3784억원) 대비 24.4% 증가한 4707억원을 투자했다.

삼성SDI는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생산 시설 증대에 소극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북미 합작 법인 설립에 적극 나서는 등 양적 확대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앞으로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로 미래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SK온은 ‘하이니켈 배터리’ 기술 선두 주자다. 2018년 NCM811 배터리 출시로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를 최초로 상용화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니켈 함량이 90%에 육박하는 NCM9 배터리를 개발했다. 지난해 말 기준 89GWh 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SK온은 2025년 280GWh 이상, 2030년 500GWh로 빠르게 몸집을 키울 계획이다.

전기차를 직접 만드는 현대차그룹 역시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힘을 쏟고 있다. 남양연구소에 배터리 개발 전담 조직을 두는 한편, 서울대와 배터리공동연구센터를 구축해 국내 최고 인재들과 배터리 성능·안전 기술부터 배터리 관리 시스템, 차세대 배터리까지 전 영역의 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배터리 소재 경쟁력도 확보 중

상대적으로 약했던 배터리 소재 산업도 주요 기업들의 발빠른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표 주자는 포스코그룹이다. 포스코그룹은 ‘2030년 이차 전지 소재 글로벌 대표 기업 도약’을 목표로 리튬·니켈 같은 핵심 원료부터 양극재·음극재 등 주요 소재에 이르는 전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인수한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등을 기반으로 세계 3위권 리튬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LG화학도 ‘글로벌 톱 종합 전지 소재 회사’를 추구한다. 한·중·미·유럽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4각 양극재 생산 체계’를 갖추고, 2023년 12만t인 양극재 생산능력을 5년 뒤인 2028년 47만t까지 늘릴 계획이다. 양극재 외에 분리막, 퓨어 실리콘 음극재,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같은 신소재도 개발하고 있다.

SKC의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4㎛(머리카락의 30분의 1) 두께 동박을 세계 최장인 30㎞ 길이로 양산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유럽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와 2024년부터 5년간 노스볼트 동박 수요의 80%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에는 도요타통상과 북미 합작사를 추진키로 했다.

글로벌 아연 생산 1위 업체인 고려아연도 니켈 제련, 전구체·동박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S와 엘앤에프는 전북 새만금에 양극재의 전 단계인 전구체 공장을 세워 90%가 넘는 전구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한화의 모멘텀 부문은 이차전지 장비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소재부터 전극·조립·화성·모듈 팩 공정 기술 설루션을 해외에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