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 시장을 보면 글로벌 산업 생태계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우리는 전통의 조선 강국인 일본과 신흥 조선 강국 중국과 ‘친환경 시장’에서 리턴 매치를 벌여야 한다. 이뿐이 아니다. 기술 강국인 독일 등 유럽 국가들마저 선박의 핵심 부품인 엔진 분야에 뛰어드는 바람에 이들의 벽도 뛰어넘어야 한다. ‘산 넘어 산’이란 표현이 적확한 시장인 셈이다.
중국은 올 상반기 기준 전 세계 친환경 선박 수주량의 43%를 점유하면서 한국(50%)을 맹추격하고 있다. 중국 조선업체인 다롄조선, 양쯔장조선 등은 올해 4~6월 발주된 메탄올 추진 9000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12척 전량을 따냈다. 이 시기 글로벌 3위인 프랑스 선사 CMA CGM과 덴마크 선사 머스크의 발주를 모두 차지한 것이다. 중국은 자국 운송 수요와 낮은 가격을 내세워 글로벌 대형 선사들을 유인하고 있다. 이번 수주 때도 양쯔장조선은 CMA CGM 측에 한국 조선사보다 10% 이상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친환경 선박을 앞세워 조선업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일본 조선소 니혼십야드는 지난달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으로부터 메탄올 추진 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했다. 니혼십야드는 일본의 양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과 재팬마린유나이티드가 설립한 합작사로 인력과 설비를 공유하면서 한국과 중국에 대응하고 있다. 작년엔 일본 국토교통성이 일본 해운 3사와 조선소가 공동 진행하는 ‘친환경 선박 건조 프로젝트’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기도 했다.
친환경 선박의 핵심인 엔진 분야에선 독일 등 유럽 국가와 경쟁 중이다. 독일 엔진 설계 회사인 만에너지설루션스는 최근 메탄올 추진선보다도 더 적은 탄소를 배출하는 암모니아 선박 엔진의 연소 테스트에 성공했다. 이 테스트는 암모니아 엔진이 실제작 직전 단계에 왔다는 의미다. 핀란드 에너지 기업 바르질라와 스위스 빈터투어가스앤드디젤 등 유럽 기업들도 현재 2024~2025년 혼소 비율(화석연료를 섞는 비율)을 10%까지 낮춘 암모니아 추진선의 엔진 출시를 목표로 연구를 지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