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윤석열 정부의 중·장기 창업 정책 방향을 담은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 대책을 30일 발표했다. 그간 국내 창업자에 국한돼 있던 지원 정책을 해외 현지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에게도 확대하고, 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민간 벤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이번 종합대책은 그간 벤처투자 지원 정책으로 벤처업계 생태계 양적 성장은 이뤄져왔지만, 질적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서 마련됐다. 국내 벤처업계가 상대적으로 딥테크 기업 비중이 낮고, 국내 창업에 대한 지원만 이뤄져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오랫동안 보조금·출연금 위주 단순 지원이 계속된 탓에 스타트업의 성장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이날 발표된 포브스 아시아 선정 ‘2023년 주목해야 할 100대 기업’에서 한국 스타트업은 9개로, 지난해 15개에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정책에서는 글로벌 경쟁력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 진출을 촉진하고, 지원 방식도 기존의 보조금 위주 지원에서 민간의 투자 유도하는 융·복합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꼽힌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2년 현재 글로벌 100대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중 1곳에 불과한 한국 스타트업을 2027년 5개로, 12조5000억원인 벤처투자 규모를 14조2000억원으로, 세계 6위권인 기업가정신 지수를 세계 3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대한민국을 아시아 1위, 세계 3위의 글로벌 창업 대국으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진출·민간 벤처 투자 촉진
그간 정부의 정책지원 대상은 내국인의 국내 창업에 한정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해외에서 현지 창업한 한국인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춘 한국인 창업 해외 법인에 대해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을 정부가 매칭 지원하는 ‘글로벌 팁스’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쉽게 창업하고 스타트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스타트업의 인력 수요가 높은 업종을 대상으로 전문인력(E-7)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고, 기술성과 사업성 등을 갖춘 경우 창업비자 부여 및 사업화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는 그간 정부 중심이었던 벤처 투자의 민간 전환도 촉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간·정부가 함께 출자해 2027년까지 총 2조원 규모의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를 조성한다. 이 펀드에는 정부가 5000억원, 민간이 1조50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실제로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에 투자 의사를 밝힌 기업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조금 또는 출연금으로만 구성됐던 창업지원금을 보조금에 투자나 융자를 결합하는 형태로 다양하게 구성한다. 초창기 자금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은 보조금에 더해 투자나 융자를 받을 수 있고, 기업이 성장했을 시 이를 상환·반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창업 지원은 내년부터 시범 도입될 예정이다.
◇지방 생태계 활성화와 딥테크 육성에도 나서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 창업·벤처 생태계 활성화 계획도 제시했다. 수도권의 청년층을 끌어들일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방 벤처 생태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이 유입돼 머무를 수 있는 ‘지방 스페이스-K’(가칭)를 조성한다. 이를 중심으로 앵커기업·대학·연구소 등이 밀집된 스타트업 클러스터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딥테크 육성을 위해선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규제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중기부는 매년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우수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팹리스 챌린지’를 실시하고 있는데, 유사한 프로그램을 10개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에 대한 외부 출자 및 해외투자 규제를 완화하고, 규제 혁신 체계인 글로벌 혁신 특구도 올해 하반기에 2곳 이상 지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