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흉악범에 대한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온라인상에선 유럽연합(EU)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사형을 집행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권에 민감한 EU는 사형 집행 국가와는 각종 협약을 맺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EU가 FTA를 체결할 때 ‘사형 금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거나 “사형을 집행하면 FTA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한·EU FTA 협정문엔 한국이 사형을 집행하면 협정이 취소된다는 내용은 없다. 협정문 서문에 1945년 6월 2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명된 유엔헌장과 1948년 12월 10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한다” “노동 및 환경 법과 정책의 개발과 집행을 강화하고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증진한다”는 내용만 포함됐다. 하지만 이 내용도 인권 문제와 관련한 포괄적 합의에 관한 것으로 사형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아니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FTA 주무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담당자는 30일 “협정문에 ‘사형’ 관련 내용이 없기 때문에 산업부에서 특별히 언급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FTA는 기본적으로 수출, 투자와 관련한 내용”이라며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라는 노동 조항 내용만 있지만 사형 제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내용은 없다”고 했다.

EU는 사형 존치국과 협약을 맺지 않는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EU는 국제사회에서 통상 사형 존치국으로 분류되는 싱가포르, 베트남과 FTA를 체결했다.

다만 한 국제법 전문가는 “EU는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나라고 그동안 국제 사회에서 사형제 폐지 이슈를 계속해서 주장해 왔다”면서 “이 때문에 외교적 마찰이나 유리의 평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우리 헌법재판소가 사형제 합헌을 결정했을 때, 유럽연합 의회가 결의안을 채택해 “사형제 반대한다” “한국이 사형제 폐지를 위한 유엔 결의안에 찬성하길 바란다”고 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