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오후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주·단조 공장에서는 미국 원전 설계 업체인 뉴스케일파워가 발주한 소형 모듈 원전(SMR) 제작이 한창이었다. 축구장 8개(5만4840㎡·약 1만6600평) 크기의 주·단조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벌겋게 달궈진 지름 2m, 길이 2.5m 크기 합금강 원기둥(잉곳)이 250m 앞쪽에 있는 가열로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SMR 원자로 제작 과정이 국내 언론에 공개되기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9년부터 미국 아이다호에서 미국 최초로 상업 운전에 들어갈 뉴스케일 SMR의 부품을 4월부터 제작하기 시작했다. 뉴스케일 SMR은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하고 사실상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동하는 SMR이다. 작고 안전한 원전이라 불리는 SMR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탈탄소에 나서는 여러 나라가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NNL)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전 세계 SMR 시장 규모는 85GW(기가와트)로 300기에 이르고, 금액으로 5000억달러(약 65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경제포럼(WEF)도 2040년까지 SMR 시장 성장률을 연평균 22%로 예상했다.
미국내 1호인 뉴스케일에 이어 2호, 3호로 가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들에도 모두 우리 원전업계의 대표 기업들이 참여해, 원자로는 물론 원전 건설도 맡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기기 제작을 맡는 엑스에너지가 2029년 텍사스에서 가동을 추진하고 있고, 현대건설은 최근 같은 해 상업운전 계획을 밝힌 홀텍 인터내셔널의 미시간주 펠리세이드 원전을 2026년 착공한다.
미국뿐 아니다. 고도의 축적된 기술력이 필요한 원전 기기·시공 시장에서 국내는 물론 UAE(아랍에미리트)의 사막에서도 정해진 예산과 기간에 맞춰 원전 기기를 성공적으로 가동시킨 두산을 비롯한 여러 국내 기업들에 전 세계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덴마크 시보그는 조선사인 삼성중공업, 캐나다 테레스트리얼에너지는 시공업체인 DL이앤씨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