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소재 시장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엄청난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중국에 맞서 한국과 일본이 추격전을 벌이던 시장에 벨기에, 독일은 물론 미국, 캐나다 등도 뛰어들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 미국이 반도체와 함께 배터리를 대중 제재의 핵심 품목으로 꼽으면서, 중국이 배제되는 틈을 노린 각국의 경쟁이 더욱 가속되는 양상이다. 이차전지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시장에서 모두 글로벌 점유율 60%가 넘었던 중국이 주요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경쟁국에는 큰 기회가 생긴 셈이다.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전기차에 집중하기 시작한 인도가 최대 수요처로 부각되는 것도 경쟁을 뜨겁게 한다.
이차전지 소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극재 시장에선 벨기에의 유미코어가 지난 3월 독일 폴크스바겐과 합작사를 만들고 2025년부터 소재를 납품하기로 했다. 일본 니치아와 스미토모는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독일 바스프도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캐나다 퀘벡에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음극재에선 지난달 미쓰비시가 기존 설비 규모와 맞먹는 연산 1만t 규모 공장을 북미에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흑연을 대체하는 실리콘 음극재는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개발이 속도를 낸다. 조재필 UNIST 교수는 “북미 실리콘 음극재 분야 스타트업들은 양산 기술력에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내 제조사의 협력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4대 핵심 소재인 분리막 시장에선 중국에 밀렸던 일본 아사히카세이, 도레이, 우리나라 SKIET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한국·일본 업체의 배터리 판매가 늘어나며 전해액 분야 협력 업체들의 점유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큰 시장을 가진 인도, 멕시코는 물론 인도네시아와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자원 강국들도 소재 시장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