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연합뉴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우리나라의 이차전지 양극재 수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양극재 수출로 번 돈이 리튬, 전구체 등 핵심 원료 화합물을 대는 중국으로 상당 부분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5일 펴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지침이 우리나라 배터리 공급망에 미칠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이차전지 양극재 수출액이 74억900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6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양극재 수출은 2019년∼지난해 연평균 77.7%성장했다.

하지만 양극재 수출이 늘어날수록 원료가 되는 리튬과 전구체 수입이 증가하는 무역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리튬과 전구체 수입 대부분을 의존하는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도 악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리튬과 전구체 무역 적자는 각각 50억 9000만달러, 21억 7000만달러였다. 이중 대중국 무역적자는 각각 30억달러, 21억 1000만달러에 달했다. 리튬 무역적자의 59%, 전구체 무역적자의 97%가 중국에서 났다.

상반기에만 양극재 수출로 58억 1000만달러의 무역 흑자를 냈지만 약 88%에 해당하는 51억 1000만달러가 리튬과 전구체 등 원료 화합물을 댄 중국으로 간 것이다.

무협은 보고서에서 양극재 제조용 원료 화합물의 자체적인 생산 능력 확보가 미국 IRA 대응은 물론 배터리 소재의 수직 계열화를 통한 원가 절감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전구체를 수입에 의존하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적격 핵심 광물 비율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수입할 경우 해외 우려 기관(FEOC) 조건에 따라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오는 2025년부터 비율과 관계 없이 배터리에 ‘해외 우려 기관’에서 조달한 핵심 광물을 써서는 안 된다. 이에 보고서는 “미국이 기준을 강화해 중국 기업과의 합작사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최악의 경우 사업을 철회하거나 다른 파트너를 구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며 “조만간 구체화할 세부 지침에 따라 한중 합작 프로젝트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