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투자한 마다가스카르 흑연 광산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몰로(Molo) 광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 광산을 소유한 캐나다 광업 회사 넥스트소스와 업무 협약을 맺고, 광산에서 생산되는 흑연을 10년간 공급받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흑연은 배터리 음극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넥스트소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 확보 차원에서 아프리카 광물 선점을 위한 업무협약(MOU) 2건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먼저 마다가스카르 몰로 광산에서 흑연을 조달받기 위해 이 광산을 소유하고 있는 캐나다계 광업회사 넥스트소스와 투자 MOU를 맺었다. 앞으로 10년간 연산 3만t의 인상흑연(천연흑연) 또는 연산 1만5000t의 구형흑연(음극재 제조에 적합한 구형으로 재가공한 흑연)을 조달받는다. 또 탄자니아 마헨지 광산을 보유한 호주 블랙록마이닝의 증자에 참여하고 흑연을 연간 최대 6만t까지 확보한다. 포스코인터는 두 MOU를 통해 확보한 흑연을 그룹 내에서 이차전지 사업을 하는 포스코퓨처엠에 공급할 계획이다. 포스코인터 관계자는 “추후 아프리카에 지사를 세우고 직원도 파견할 계획”이라고 했다.

‘탈중국’에다 배터리 등으로 수요가 폭증하는 광물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프리카 투자 러시’가 격화되고 있다. 아프리카엔 전 세계 광물의 30%이상이 매장돼 있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태양광 등 첨단산업에 쓰이는 핵심 광물이 많아 ‘글로벌 첨단산업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아프리카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에 더해 미 IRA와 EU의 핵심원자재법(CRMA) 이후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탈중국’ 노력이 이어지며 전 세계가 아프리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아프리카에 진출해 자원 개발 주도권을 가진 중국은 후발국을 견제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탈(脫)중국’ 위해 자원 부국 아프리카에 ‘러브콜’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을 내세워 이차전지, 반도체 등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 사업에 필요한 핵심 광물 공급망은 더 취약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작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수산화리튬 등 8대 광물 수입액은 2010년 약 4억달러에서 2020년 약 10억6000만달러로 늘었다. 동시에 2010년 35.6%였던 중국 수입 비중은 10년 새 58.7%로 올랐다.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한국에 아프리카가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구성하는 필수 원료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에 전 세계 매장량의 48.2%가 있다. 망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매장량(전체의 37.6%)과 생산량(전체의 36%) 모두 1위고, 짐바브웨 리튬 매장량은 칠레, 호주, 아르헨티나,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6위다.

이에 우리 기업은 물론 정부도 아프리카 공략에 가세했다. 산업부 통상교섭본부 등이 나서 아프리카 국가 중 처음으로 마다가스카르와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체결했다. 짐바브웨와도 추진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 기업 야화와 모로코에 생산 설비를 짓고 양극재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기로 했다. LG엔솔 관계자는 “모로코는 미국, EU와 FTA를 체결한 나라”라며 “모로코 광물을 공급받으면 IRA나 CRMA에도 잘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中·美·EU도 아프리카 러시…‘자원무기화’ 우려도

해외 국가도 아프리카 광물 확보에 적극적이다. 일본이 최근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고 미국은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주도하며 앙골라, 보츠와나, 우간다 등 아프리카 자원 보유국 7개 나라를 포함시켰다. 호주 광산기업 BHP는 미국의 라이프존 메탈스와 함께 탄자니아에 1억 달러를 투자해 니켈 정제 공장을, 영국의 투자펀드 비전 블루 리소시스는 잠비아에 코발트 정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중국도 더 공격적으로 투자 중이다. 중국 톈츠머티리얼즈는 지난 6월 배터리 소재 생산을 위해 모로코에 2억6000만달러를 투자했고, 하이난마이닝은 말리의 리튬 광산 인수에 나섰다. 최근 짐바브웨에선 중국 화유코발트의 자회사가 3억달러 규모 리튬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다만 중요성이 커진 아프리카에선 ‘자원무기화’ 움직임도 노골화되고 있다. 이들은 광물을 확보하려는 국가에 더 많은 인프라 투자를 요구하기도 하고, 지난 연말 짐바브웨는 정제되지 않은 리튬의 수출을 금지하면서 외국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광물 정제 시설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