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 겸 아람코 회장./ARAMCO

사우디아라비아 최고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금고지기’로 불리며, 시가총액 3000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기업 아람코의 회장을 맡고 있는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가 6일 방한했다.

알루마이얀 총재가 한국을 방문하는 건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당시 빈 살만 왕세자를 대신해 특사로 방한한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2박 3일 일정인 이번 방한에서 그는 인도네시아·인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은 이뤄지지 않지만,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 관료, 삼성·HD현대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 등을 잇따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과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방문 이후 본격화한 ‘제2의 중동 붐’이 알루마이얀 총재 방한을 계기로 한층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가 총재로 있는 사우디 국부펀드의 총자산 규모는 7000억달러(약 940조원)로 전 세계 국부펀드 가운데 노르웨이, 중국 CIC, UAE(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투자청 등에 이어 여섯째 규모이며, 회장을 맡고 있는 아람코는 자산 규모 6648억달러(약 887조원)인 세계 최대 기업이다. 알루마이얀 총재는 정부 직위를 맡은 정책 결정권자는 아니지만 국부펀드 총재와 아람코의 총수로 대규모 자금 집행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행보가 주목받는다.

그래픽=양인성

◇2박 3일 일정에 정부·재계 고위 인사 연쇄 미팅

6일 재계에 따르면 알루마이얀 총재는 8일 정기선 HD현대 사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HD현대는 앞서 사우디 측과 조선소(2017년), 엔진 공장(2020년) 설립에 합의한 바 있다. 사우디아람코개발회사(SADCO) 및 사우디 국영 해운사인 바흐리와 합작해 조성하는 IMI 조선소는 축구장 700개 넓이인 496만㎡(약 150만평) 부지에 건설되는 대형 조선소다. HD현대가 베트남에 지은 현대베트남조선의 5배 크기로 국내를 제외하면 단일 조선소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HD현대가 독자 개발한 ‘힘센엔진’을 생산하는 선박 엔진 공장도 지난 6월 사우디에서 착공했다. 이와 별도로 아람코는 2019년 현대오일뱅크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하며 2대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엔 HD현대건설기계가 사우디 네옴시티 ‘더 라인’ 건설 현장에 투입될 40t급 굴착기 12대, 대용량 버킷 휠로더 5대 등 50대를 수주해 지난달 중순 공급을 마쳤다.

2022년 5월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측 취임 경축 사절로 방한한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 겸 아람코 회장과 만나고 있다. / 뉴스1

알루마이얀 총재는 아람코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에쓰오일도 찾을 예정이다. 아람코는 국내 4대 정유사 가운데 하나인 에쓰오일의 최대 주주다.

◇시가총액 3000조원인 아람코

사우디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으로, 세계 최대 규모 기업으로도 불린다. 1933년 설립 후 석유·천연가스 탐사·개발부터 정유·석유화학 제품 생산까지 아우르는 오일 메이저로 성장했다. 시가총액이 3000조원에 이르며 한때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3위다.

지난해 사우디아람코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1360만 배럴에 달했다. 전 세계 일일 원유 생산량(약 9000만 배럴)의 15%에 이르는 규모로 전 세계 석유 메이저 가운데서도 압도적 1위였다. 지난해에는 유가가 급등하며 매출 5352억달러에 순이익이 1611억달러에 달했다.

1944년 아람코(Arabian American Oil Company)로 이름을 바꿨고 1988년 ‘사우디아람코’로 사명을 변경했다. 1980년 사우디 정부가 아람코 지분을 완전히 인수하면서 국영 기업이 됐다. 2020년 석유화학 회사 사빅을 인수하며 정유 사업뿐 아니라 석유화학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알루마이얀 총재가 이끄는 국부펀드(PIF) 또한 영국의 프로축구 팀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투자하고, 미국 PGA와 최근 통합을 결정한 리브(LIV) 투어를 후원하면서 이름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