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요소 수출을 또다시 통제하려는 것은 자국 내 공급 부족이 주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올해 들어 요소 수출량을 대폭 늘리는 등 해외 판매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가을철 요소 성수기가 닥치면서 국내 가격 급등,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일단 수출량부터 조이려는 것이다. 요소가 비료의 주원료인 만큼, 중국 핵심 계층인 농민까지 요소 업체들의 안정적 공급을 압박하고 있다.
8일 베이징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전날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요소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은 없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했다. 국내 차량용 요소수 1위 기업인 롯데정밀화학 관계자 역시 “아직 중국 업체들로부터 요소 수출 중단 등의 공식 통보를 받은 것은 없다”며 “이후 계약에 대해서도 원활하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대형 비료 제조사들이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달 초부터 요소 신규 수출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 요소 업계가 수출 물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미 중국 최대 화학비료 수출입 기업인 중농그룹은 최근 공급 보장, 가격 안정을 위해 선적을 제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경제 매체 시나파이낸스는 “이번 주 들어 요소 수출 검사 정책이 엄격해졌고, 수출 통제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며 “톈진항, 연운항에서는 (요소 수출 관련) 검사가 중단된다는 구두 통지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중국이 요소 수출 물량을 줄이려는 것은 자국 내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중국은 올해 들어 요소를 적극 수출해 왔다.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3% 늘어난 총 133만톤(t)의 요소를 수출했다. 52.3% 늘어난 것이다. 특히 7월에만 약 32만t을 수출했는데, 작년 동월보다 114.7% 급등한 수준이다.
여기에 비료 수요까지 겹치면서 중국 내 요소 재고가 급격히 줄었다. 요소는 경유차의 발암물질 배출을 줄여주는 요소수뿐만 아니라, 농업용 질산질 비료(요소비료)의 주원료이기도 하다. 요소 성수기가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인 것도 가을철 파종에 맞춰 비료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국 에너지·화학 컨설팅 기업 줘촹쯔쉰의 양양 분석가는 “7~8월 중국 요수 생산 기업의 주간 평균 재고는 20만1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3.7%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에 중국 내 요소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6월 이후 중국 내 요소 본계약의 평균 결제가격은 6월 12일 t당 1649위안(약 30만원)이었지만, 이달 1일 2356위안(약 43만원)으로 43% 가까이 뛰었다. 요소 평균 도매가 역시 지난달 28일 기준 t당 2547위안으로, 7월 말 대비 5.47% 상승했다. 물량 부족에 가격이 급등하자 투기 현상까지 발생, 중국 요소 선물 가격은 지난 6월 중순부터 7월 말 사이 50%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해외 가격보다 국내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는 만큼 요소 생산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보다는 내수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이득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농업계가 요소의 안정적 공급을 촉구하는 것도 요소 업계엔 부담이다. 중국 농민은 노동자층과 함께 공산당의 핵심 지지층인 만큼, 요소 업계가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농자재유통협회는 지난 3일 “최근 요소 시장이 수요와 공급의 기본 법칙에서 벗어났다”며 “기업들은 합리적 운영을 통해 (공급 부족) 위험을 예방하고, 불합리한 투기를 막아 원활한 시장 환경 유지, 산업의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이 요소 수출 통제를 본격화할 경우 중국산 요소 의존도가 높은 인도, 한국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산 요소를 가장 많이 사들인 곳은 총 22만6000t을 수입한 인도였다. 한국은 19만6000t을 수입해 2위에 올랐고, 이 외에는 미얀마(13만4000t), 호주(11만1000t), 멕시코(6만5000t)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공업용, 차량용 요소의 중국산 비중은 90%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