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정 이종환 회장/조선일보 DB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의 설립자인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13일 새벽1시 48분, 100세의 나이로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관정 이종환 명예회장은 1923년 경상남도 의령에서 태어나 마산고등학교를 졸업, 1944년 일본 메이지대학교 경상학과를 2년 수료했다. 그 후 학병으로 끌려가 소련, 만주 국경과 오키나와를 오가며 사선을 넘나들다가 해방을 맞았다.

1958년 삼영화학공업 주식회사를 창업했고, 현재 삼영중공업 등 10여 개의 회사를 거느리는 삼영그룹으로 발전시켰다. 이종환 회장은 별세하기 3주 전인 8월 말까지 장학재단을 직접 챙기고 산하 기업들의 생산 영업 현장을 지휘했다.

2002년 4월 30일엔 대한민국의 인류 발전을 위한 1등 인재 육성을 목표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했다. 그가 이 재단에 지금까지 쾌척한 재산은 1조 7000억원에 달한다.

그는 2008년 자서전 ‘정도(正道)’에서 재산을 기부해 장학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술회한 적이 있다.

“사회 환원의 결단이 서자 재산을 정리해서 재단에 넣는 절차를 숨가쁘게 밟아나갔다. 한 건씩 넣을 때마다 내 재산은 줄어들었지만 내 마음은 더 커져가는 것을 느꼈다. 평범한 사람들은 나를 바보라 할지 모른다. 그것은 베풂의 기쁨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인생은 어차피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빈손으로 왔다가 손을 채운 다음 갈 때는 빈손으로 가라’는 뜻으로 풀이했다. 나는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은 대한민국 최우수 인재들을 선발해 ‘Challenge, Creativity, Contribution’이라는 3C 장학이념에 충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자연이공계 학생들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기대하고 있다.

재단은 매년 국내외 장학생 1000명에게 총 150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아시아 최대 장학규모로 발전했다.

관정재단 장학생 수는 지난 23년간 1만2000여명에 이르고 박사학위 수여자도 750명에 달한다. 총 장학금 지급액은 2023년 현재 2700억원에 이른다. 관정은 2012년 당시 600억원을 투척해 서울대에 총면적 25,834㎡규모의 전자도서관을 지어주었고, 중국 5대 명문 저쟝(浙江)대학에도 관정 장학생 50명을 지원했다.

관정 이종환 전 회장은 이같은 사회 기여와 장학공로로 2009년 국민훈장무궁화장을 수훈했고 2021년에는 제22회 4.19문화상을 수상했다.

또 관정은 중국 따렌(大連)에 케퍼시터 필름공장 대련삼영화학유한공사를 세워 중국의 전자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련명예시민으로 추대됐다.

유족으로는 장남 이석준 ㈜삼영 대표이사 회장을 비롯 2남 4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장례식장, 발인은 15일 8시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