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3 조선일보 에너지 산업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청정 에너지와 정유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훈 서울과기대 학장, 정용훈 KAIST 교수, 조상민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 권형균 SK E&S 부사장, 김규성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전략기획관. 이날 행사는 강경성 산업부 2차관,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를 비롯해 에너지 업계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태경 기자

“세계 각국은 기후 위기에 맞서 청정에너지 산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의 의무입니다.”(이재정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로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고, 탄소 중립 가속화라는 큰 도전을 맞은 정유 업계와 협력해 가겠습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2023 조선일보 에너지산업 컨퍼런스’가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청정에너지와 정유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탄소 중립으로 가는 여정에서 원자력을 비롯한 청정에너지 역할과 탄소 다배출 업종인 정유산업의 새로운 탈출구를 두고 다양한 의견 개진이 이뤄졌다. 강경성 산업부 차관을 비롯해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류열 에쓰오일 사장,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대표,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 이정복 한전 사장직무대행,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과 업계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행사는 조선일보 유튜브에서도 생중계됐다.

◇청정에너지 확대…국내 산업 육성 필요

‘청정에너지의 동향 및 시사점’을 주제로 유승훈 서울과기대 학장이 좌장을 맡은 1세션에서는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을 위해 투자를 늘리는 무탄소에너지 확대 방안과 균형 있는 에너지 믹스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패널로 참석한 정용훈 KAIST 교수는 “무탄소 전력원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SMR(소형모듈원전)과 신규 대형 원전을 포함해 2050년엔 원전 설비가 현재의 3배로 증가할 것”이라면서 “경제적인 탈탄소를 위해선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과 함께 신규 원전이 필요하고, 커지는 글로벌 원전 시장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는 국내 산업 성장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상민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각국은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의 제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도 제조 역량을 확보하는 한편, 비용이 낮은 재생에너지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소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권형균 SK E&S 부사장은 “가동률이 15%인 태양광, 25%인 풍력과 달리 연료전지는 95% 이상으로 24시간 발전이 가능하다”며 “연료전지와 혼소 발전, 수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김규성 산업부 원전전략기획관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선 대형 원전과 SMR을 포함해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의 필요성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유승훈 학장은 “기후 위기에 대비하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재생에너지·수소 등 모든 무탄소 전원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탄소 중립 도전받는 정유사, 위기를 기회로

박호정 고려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2세션에서는 ‘탄소 중립 시대 정유산업의 미래 및 도전’을 주제로 정유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그동안 정유 산업이 축적해온 기술·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정유산업을 탄소 중립에 역행하는 산업으로만 볼 게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산업적 역량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정동창 대한석유협회 부회장은 “친환경 원료 활용, 친환경 연료 생산과 같은 신사업 추진을 위한 세제 지원, 사업 전환을 위한 금융·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도 “정유산업은 수출 주력 산업으로 전후방 산업에 큰 기여를 한다”며 “항공·석유화학 등에선 여전히 석유를 대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탄소 중립 기술 투자를 정책적으로 지원해 산업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CCS(탄소 포집·저장)를 활용한 저탄소 정유산업 아이디어도 나왔다. 김정수 GS칼텍스 부사장은 “CCS를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 저탄소 연료 및 원료 사용을 통해 탄소 배출을 70%까지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립 중”이라고 했다. 박호정 교수는 “석유 제품은 석유산업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3대 수출 품목에 올랐다”며 “탄소 중립 시대를 맞은 석유산업의 전환 과정에도 규제 완화와 투자 유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