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탄소 국경세 도입 등으로 고립무원에 놓인 국내 철강 업계의 위기를 넘기 위해선 국가 차원에서 탈탄소 철강 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산업 보호를 위한 비관세 장벽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19일 한국국제경제법학회와 법무법인 태평양은 ‘자국 우선주의 시대, 한국 철강 산업 생존 확보를 위한 제언’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이진우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우리 철강업은 제조업 경기 침체와 중국 부동산 위기, 중국의 철강 과잉 생산 등 3중고를 겪고 있다”며 “국내 철강 수요는 자동차·조선의 선방에도 정체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2018년부터 작년까지 국내 철강 수요는 연 5300만t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올 상반기 중국산·일본산 철강 수입은 각각 75%, 13% 급증했다. 이진우 연구원은 “우리는 다른 국가보다 철강 수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철강재에도 엄격한 산업 표준을 세워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미국·유럽의 환경 규제와 비슷한 새로운 장벽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EU와 미국이 추진 중인 탄소 국경세가 철강 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U는 다음 달부터 탄소 국경 조정 제도(CBAM)를 2년간 시범 운영하고 2026년부터 탄소세를 본격 부과한다. EU 기업들이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때, 탄소 배출량을 고지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하는 제도다. 다음 달부터는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정기적으로 EU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미국도 ‘청정 경쟁법’ 등 비슷한 법안이 의회에 발의된 상태다. 권소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포스코 같은 제조 기업이 정보를 직접 등록하는 게 아니라, EU 내 수입자가 등록하도록 돼 있어 기밀 유출 위험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심영규 동아대 교수는 “해외 비관세 장벽은 철강 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철강 산업이 탈탄소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