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造船) 경쟁력의 원천은 용접 기술이었다. LNG(액화천연가스) 연료 탱크를 용접할 때는 일반 용접 기술로는 안 되는데, 이 기술력은 우리나라가 압도적이다. 친환경 선박 수주를 늘리며 국내 조선사가 다시 호황을 맞았지만 선박 건조의 핵심 인력인 숙련된 용접공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2010년 중후반대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하자 반도체·배터리 등 다른 산업 공사 현장으로 떠나면서 숙련공 인력난은 더 심화했다. 정부가 외국인 숙련 기능 인력 비자를 2000명에서 3만 500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당장 현장 투입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를 위해 조선사들이 로봇을 개발하고 현장 투입에 나서고 있다. 협동로봇은 용접 비숙련 직원이 2~3일 정도 조작법을 익히면 베테랑 용접공 수준의 작업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존 로봇 대비 5배 속도가 빨라진 로봇이나, 안전펜스 없이 직원이 바로 옆에서 미세 작업까지 조정할 수 있는 로봇도 투입됐다.
◇용접공 구인난에 로봇 용접공 개발
한국 조선사가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LNG운반선은 영하 163도의 초저온 액화천연가스가 닿는 화물창 용접이 핵심 기술이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화물창 제작에 최적화한 ‘레이저 고속 용접 로봇’을 개발해 왔다. 삼성중공업은 이달부터 이 로봇을 현장에 투입했다. 용접 로봇은 용접 레이저 빔을 일정한 간격과 속도로 회전시키는 기술, 용접 초점 위치를 변경하는 기술, 굴곡진 용접 표면까지 자동으로 찾을 수 있는 센서 기술을 탑재했다. 기존 용접 로봇보다 속도가 5배가량 빠르다. 그동안 용접공들이 하던 섬세한 작업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두진 삼성중공업 생산기술연구센터장은 “앞으로 레이저 고속 용접 로봇을 초저온 액화수소운반선 화물창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총 40대 용접용 협동로봇을 차례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로봇은 비숙련자도 2~3일 정도 조작법을 익히면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로봇 팔을 움직여 구석구석 정밀한 용접을 해낼 수 있다고 한다. 용접공 자격을 취득하려면 손재주가 좋은 사람도 최소 일주일, 길게는 한 달까지 걸리는데 로봇을 활용하면 3일 안에 용접 작업을 할 수 있다. 직원 1명이 용접 로봇 2대를 동시에 운용할 수도 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로봇에 작업 면적, 수치 등을 입력하면 20년 차 베테랑 용접공 수준으로 작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화오션도 올 초 선박 내부 강관을 용접하는 협동로봇을 도입했다. 경영난을 겪던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19년부터 수십 번 시행착오와 수정을 거쳐 만들어낸 로봇이다. 이 로봇은 별도의 안전펜스 설치 없이 직원이 근거리에서 로봇을 이용해 미세한 용접까지 할 수 있도록 안전성과 작업 효율성을 모두 확보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전에는 30kg 넘는 용접 작업대를 직원이 수차례 옮겨가며 작업해야 했는데, 자유자재로 꺾이는 로봇 팔 덕분에 작업 준비 시간을 약 60% 줄여 생산성을 높였다”고 했다.
◇조선사, 선박 건조 전반에 로봇 확대
조선사들은 용접 외에도 선박 건조 과정 전반에 로봇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대형 블록 조립 공정에 협동로봇을 도입하는 등 로봇 활용을 늘리고 있다. 한화오션은 협소한 공간에서 작업하기 위해 기존 용접로봇(60kg) 대비 가벼운 초소형(16kg) 로봇을 도입했고, 선박과 해양 플랜트에 들어가는 전선을 자동으로 포설(鋪設)하는 ‘전선포설로봇’도 활용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동집약 현장인 조선업 특성상 로봇이 인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인력난 해소와 중대 재해 방지 등 사고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