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산업은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에 육상 연어 스마트 양식장 조성 사업을 하고 있다. 현북면 중광정리 11만6824㎡(약 3만5000평) 부지에 오는 10월부터 양식장, 연구개발(R&D) 단지 조성 공사가 시작된다. 2024년 말 완공 목표인 이 양식장에 2000억원을 투자해 연어 생산량을 연간 2만t까지 키울 계획이다. 국내 대기업이 양식업에 뛰어든 것은 동원산업이 처음이다. 양식장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물고기 체온 등을 체크하고, 자동화된 기기로 사료를 공급하는 스마트 양식은 수질 오염을 방지하면서도 물고기 생존율을 높여주는 친환경 양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 미국은 2008년부터 폐어망을 수거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피싱 포 에너지(fishing for energy)'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방 정부와 지역사회단체 협력으로 12개 주 50여 곳의 어구 집하장을 설치해 재활용 연료 공급망을 구축했다. 회수된 폐어망은 재처리 과정을 거쳐 전력 생산 등에 투입된다. 1t의 폐어망을 통해 1가구가 25일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일본은 2012년부터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스티로폼 부표를 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폐스티로폼 부표를 펠릿으로 압축하는 설비를 통해 보일러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블루 이코노미(지속 가능 해양 경제)의 대표 사례들이다. 블루 이코노미는 벨기에 환경운동가 군터 파울리가 2010년 발간한 ‘블루 이코노미: 10년, 100가지 혁신, 1억 개 일자리’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이후 201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UN) 지속가능개발회의에서 글로벌 논의 테이블에 처음 올랐다.
블루 이코노미는 통일된 개념은 없지만, 지구 면적의 80%를 차지하고, 지구 생명체의 99%를 품고 있는 바다에서 일어나는 경제활동을 매개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엔은 블루 이코노미를 ‘해양 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 여부를 결정짓는 관련 정책들과 일련의 해양 경제 분야들로 구성된 경제·사회 체계’로 정의했다.
세계은행(WB)은 ‘복지와 사회적 평등의 개선과 동시에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에 대한 위험을 줄이려는 해양 경제활동’으로 규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0년 1조5000억달러(약 1958조4000억원)인 블루 이코노미 시장 규모가 2030년 3조달러(약 3916조8000억원)로 두 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과 식량·전력·자원 위기는 블루 이코노미의 가치를 부각한다. 지금은 해양 관광이 주도하는 블루 이코노미의 미래 성장 동력이 바다에서 진행하는 탈탄소 식량, 전력, 자원 개발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코노미조선’은 미래 경제성장 전략으로서 블루 이코노미의 가능성을 진단해 봤다.
식량 위기 솔루션으로 조명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23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는 7월 28일(현지시각) 인도 남부 첸나이에서 열린 환경·기후 장관회의에서 생물 다양성 유지 논의 의제로 블루 이코노미를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을 넘어 세계 인구 1위 대국이 된 인도가 식량 안보를 위해 어업과 수산양식, 해운업 등의 산업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상고온 등 기후 위기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곡물 생산이 타격을 입으면서 식량 위기 우려가 커진 것은, 탄소 중립과 식량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블루 이코노미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물고기 등 어류를 포획하지 않고 사육하는 수산양식은 바다를 통한 중요한 식량 생산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2016년 184조9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세계 수산양식 산업 규모는 2030년 338조3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친환경 양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 양식 산업 규모는 2016년 13조원에 불과했지만, 연평균 18.7% 성장해 2030년에는 137조원으로 몸집을 불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수산양식에서 스마트 양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7.1%에서 40.7%로 확대될 전망이다.
해상 풍력발전·해상 SMR, 성장 잠재력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바다의 힘으로 전기 등을 생산하는 해양 에너지는 블루 이코노미에서 가장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2023 EU 블루 이코노미 보고서에 따르면, EU 11개국의 해상풍력발전 용량은 17.5(기가와트)로 2022년 1년간 1.2가 증설됐다. 원자력발전소 1기가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이 해상 풍력을 통해 추가된 것이다. EU 지역은 전 세계 해상 풍력발전 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EU 지역에서 해상 풍력발전은 2020년 매출 149억유로(약 21조4000억원), 영업이익 13억유로(약 1조8673억원), 부가가치(GVA) 21억5000만유로(약 3조882억원) 등을 창출했다. 2009년과 비교하면 매출, 이익, 부가가치 성장률 등이 1000%를 넘어선다, 2009년 400명 미만이었던 고용 인원은 2020년 12만3000명으로 300배 이상 증가했다.
EU는 2020년 11월 해상 풍력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300로 끌어올려 전기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해상 풍력발전 용량을 60로 늘릴 계획이다.
아직 상용화 이전 단계이지만, SMR(소형 원자로)을 통한 해상 원자력발전도 블루 이코노미의 영역을 확장해 줄 분야로 조망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해상 소형 원자로(SMR)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해상 부유물에 SMR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해상 SMR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2035년 이후에는 육상 포함 SMR 세계시장이 139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심해 해저 광물 채굴은 찬반 논쟁
해저 광물을 통해 탄소 중립을 실현하자는 논의는 국제사회에서 주요한 논쟁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차전지 수요 확대로 인해 2040년까지 매년 630만t의 니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해저 광물을 채굴하면 탈탄소로 인해 늘어나는 이차전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평양의 클라리온(Clarion)과 클리퍼톤(Clipperton)으로 불리는 지역을 연결하는 구역에 분포한 망간단괴에는 48억 대의 전기 자동차에 탑재되는 이차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코발트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니켈의 경우 육지 매장량의 세 배 이상인 3만5000t이 깔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제환경단체와 유럽 국가들은 해저 광물 채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2021년 태평양 도서국인 나우루의 심해저 광물의 상업적 채굴 허가 요청 심의를 위한 국제해저기구(ISA) 논의에서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EU 국가들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심해저 광물자원 채굴은 해양생태계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초래할 수 있으며, 심해의 이산화탄소 축적 과정을 교란해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게 반대 이유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부각됐던 심해저 채굴의 가치가 자원민족주의의 흐름을 타고 다시 부상하면서 심해 채굴 논쟁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Plus Point
美·中·日·英·加 주요국의 블루 이코노미 전략은
2030년 3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블루 이코노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가 국가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추진 중인 ‘블루 이코노미 전략 플랜 2021~2025(Blue Economy Strategic Plan 2021~2025)’은 △해상운송 △해양탐사 △수산 경쟁력 △관광·휴양 △연안 탄력성 등 5개 부문의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해양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캐나다는 수산해양부 중심으로 2019년 12월부터 ‘블루 이코노미 전략(Blue Economy Strategy)’ 수립 작업에 착수했고, 올해 3월 이해 관계자 검토 단계를 마쳤다. 전통적인 해양 경제를 지속 가능한 성장 관점으로 전환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해양 에너지 △해상운송·항만 및 조선 △양식업 △상업 어업 △해양관광 △해양 기술 △미래 해양 산업을 중심으로 전략을 구성 중이다, 인도네시아도 지난 7월 ‘블루 이코노미 로드맵’을 국가 경제 전략으로 발표했다.
이 밖에 영국의 ‘마리타임 2050(Maritime 2050)’, 중국의 ‘14·5 규획 및 2035년 장기 목표’, 일본의 ‘제3차 해양기본계획’ 등은 블루 이코노미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지속 가능성, 미래 산업 등의 가치를 기반으로 해양 수산 경제와 산업 발전을 포괄하는 종합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