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얀 파에즈 네옴 부회장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 현 사우디 킹살만공원 재단·스포츠 블러바드 재단​​·알울라 개발 회사 이사, 전 사우디-프랑스 은행 CEO, 전 사볼라 그룹 CEO /채승우 객원기자

“네옴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레이얀 파에즈(Rayan Fayez) 네옴 부회장은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에 네옴 전시회를 마련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7월 26일부터 8월 3일까지 서울 동대문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황야에 건설 중인 네옴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네옴은 170㎞ 길이의 선형(線形) 도시 ‘더 라인’과 해양 산업도시 ‘옥사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휴양지 ‘신달라’로 이뤄진 지역을 일컫는다. 전체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44조원), 부지 면적은 2만6500㎢에 달한다. 서울시의 44배다. 한국에선 네옴시티로 통칭하지만, 사우디 현지에선 네옴 지역(region)으로 부른다고 한다. 전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국영기업 이름은 네옴으로, 동명(同名)이다.

네옴은 전시회 공식 일정에 앞서 7월 24일부터 25일까지 양일간 비공개로 국내 기업인을 DDP에 초청했다. 이곳에서 프로젝트 현황을 소개하고 국내 기업의 참여를 적극 요청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해 임병용 GS건설 대표, 지형근 삼성물산 부사장 등 100여 개 기업에서 다녀갔다. 그만큼 사우디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국 기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7월 25일 DDP에서 만난 파에즈 부회장에게 네옴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진행 상황과 미래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네옴(NEOM) 선형 도시 더 라인(The Line) 조감도. /네옴

-아시아 국가 중 한국에 처음으로 네옴 전시회를 열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 그리고 한국 기업들과 협업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한국에 온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실제로 지난 이틀 동안 한국에 있으면서 네옴 프로젝트에 대한 열렬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까지 네옴 전시회를 여는 이유는.

“네옴을 알리고, 이해시키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뛰어난 기업들이 네옴을 이해하고, 네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는가.”

-한국 기업과 어떤 영역에서 협업을 원하는가.

“우리는 거대한 도시를 만들고 있다. 도시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영역에서 한국 기업과 협업 기회가 있다. 해수 담수화부터 에너지, 디지털, 모빌리티, 제조업, 디자인, 건설 등 모든 영역이 해당한다. 이번 방한 일정 중 각 영역에서 앞서가는 한국 기업들을 만났다. 이들이 네옴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솔루션을 제시해 줄 것으로 믿는다.”

-선형 도시 '더 라인'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다.

“더 라인은 굉장히 야심 차고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도전이다. 당연히 전 세계 곳곳에서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 과제는 더 라인을 성공적으로 실현해 ‘불가능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동대문구 DDP에 마련된 네옴 전시장. /네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계획인가.

“(더 라인 건설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직원들이 현재 네옴에서 일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굉장히 뛰어난 외부 컨설턴트와 엔지니어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더 라인이 정말 공학적으로 건설이 가능한지 궁금해하는 것 같은데, 이미 마스터 플랜(종합 계획)을 넘어 현재 정밀한 계획을 만들어 나가는 단계에 있다. 일례로 더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어떤 자재나 구조가 필요한지도 살펴보고 있다. 강조하고 싶은 건 공학적으로 봤을 때 실현 가능성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더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미리 제작한 구조물을 쌓아 올리는) 모듈식 공법이다. 아울러 공기를 맞추기 위해 유리, 철강, 엘리베이터 등 대형 공급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할 텐데, 자금은 어디서 조달하나.

“네옴에 필요한 재원은 5000억달러다. 우선 사우디 재무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민간 금융사의 대출도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실제로 많은 금융사가 네옴 프로젝트에 많은 지지와 관심을 보여왔다. 시장 분위기도 수용적이다. 이 밖에 민간 투자자들과 최종 사용자(입주사 등)들의 자금도 있다.”

-국제 유가도 변수다. 따로 헤지(hedge⋅위험 회피)는 안 하나.

“주요 자금이 정부 재원에서 나오고, 은행 등 민간 영역의 자금이 투입된다. 별도의 헤지는 필요 없다고 본다.”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더 라인에서 터널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한국 기업이 수주를 노릴 만한 프로젝트는.

“그것이 우리가 한국에 온 이유다. 전 세계 모든 기업에 네옴이 오픈돼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실제로 한국에 와서 보니 많은 한국 기업과 사업 기회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상적이었다. 지난 이틀 동안 한국 기업들과 구축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더 라인 완공 시점은.

“첫 번째 구간인 ‘히든 마리나(Hidden Marina)’는 2030년 완공, 공개될 예정이다. 전체 170㎞ 구간이 완공되는 건 2055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도시는 유기적으로 성장한다. 도시에 대한 수요가 클수록, 전체 구간에 대한 완공 일정은 앞당겨질 수 있다.”

더 라인의 여러 구역 중 하나인 히든 마리나 구역 조감도. 히든 마리나는 홍해에서 시작된 운하가 건물을 관통해 반대편 선착장(마리나)까지 이어지는 형태다. 그래서 이 구역의 이름이 히든 마리나, 숨겨진 선착장인 것이다. /네옴

-더 라인에 900만 명을 거주시킬 계획이다. 그 많은 사람을 어디서 데려올 것인가.

“네옴은 사우디의 자랑스러운 프로젝트지만, 전 세계 사람을 환영한다. 사우디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시민으로 구성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이 거주하기 위한 환경부터 구축해야 한다. 여느 국가 경제 시스템과 동일하게 더 라인만의 경제 엔진을 갖게 될 예정이다. 자연스레 일자리도 창출된다. 건설, 에너지, 엔터테인먼트, 관광, 금융 등 일자리 종류도 다양할 것이다.”

-네옴의 도시들을 100% 재생에너지로만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원전은 고려하지 않고 있나.

“오직 풍력과 태양광으로 얻은 에너지만 사용할 계획이다. 두 가지 에너지원이면 네옴을 운영하는 데 충분하다. 원전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앞서 네옴 측은 안전과 폐기물 이슈로 원전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옥사곤, 트로제나, 신달라도 차질 없이 공사가 진행 중인가.

“그렇다. 일례로 옥사곤에서는 세계 최대의 그린 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총 84억달러(약 10조8192억원) 규모의 프로젝트이며 현재 투자 기관 등으로부터 61억달러(약 7조8568억원)를 조달한 상태다. 요점은 이것이다. 상업적으로 가능성 있고,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라면 자본이 모인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공사도 잘 진행되고 있다.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트로제나의 경우 인프라 공사뿐 아니라 산 중턱에 호수를 만드는 공사가 주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도 한국 기업들에 사업 기회가 많다.”

-한국 기업이 네옴과 접촉하려면.

“프로젝트 참여를 원하는 해외 기업을 위해 누구나 온라인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조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굉장히 간단하다. 한 번 등록하면 발주되는 모든 프로젝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우디와 ‘케미스트리(궁합)’가 좋다. 1970년대부터 한국이 사우디의 주요 인프라를 건설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서로에게 익숙한 게 장점이다. 그래서 시너지를 내기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