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최근 1년 사이 최대 실적을 냈고, 대(對)중국 수출은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차츰 바닥을 다지며 상승세로 돌아섰고, 대중 수출도 본격적인 회복세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수출이 작년보다 4.4% 줄어든 546억6000만달러(약 74조원), 수입은 16.5% 줄어든 50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 연속 전년 같은 달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9월 수출 감소율은 2개월 연속 한 자릿수로 떨어지며 1년 사이 가장 낮았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115억달러)보다 13.6% 감소하는 데 그치며 99억달러를 기록해 1년 사이 최대를 나타냈다. 반도체 등 IT 제품 수출이 증가하며 대중 수출도 올 들어 가장 많은 110억달러까지 확대됐다.
무역수지(수출-수입)는 37억달러 흑자로 2021년 9월 이후 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흑자다. 국제 원유·천연가스 가격이 내려가며 에너지 수입액이 36%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세계적 고금리 기조, 중국의 경기 둔화, 공급망 재편 등 여전히 녹록지 않은 대외 여건 속에서도 우리 수출은 개선 흐름을 이어가며 플러스 전환의 변곡점에 있다”고 했다.
◇바닥 찍은 반도체와 대중 수출
9월 반도체 수출이 예상을 웃돌며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에 육박하자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턴어라운드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쪼그라들고, 가격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작년 10월부터 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 1·2월에는 전년보다 40% 넘게 감소한 60억달러 안팎에 그치면서 전체 수출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지난 8월 86억달러로 회복 조짐을 보인 데 이어 9월에도 호조를 보이자 ‘확실히 바닥은 찍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감산 효과는 3개월 뒤 시작해 6개월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올 초부터, 삼성전자는 4월부터 감산에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연말부터 내년 1분기까지 감산 효과가 가장 클 것”이라고 했다. AI(인공지능)와 데이터센터 등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가격 상승 기대까지 커지면서 수출 회복세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수출이 늘며 우리 수출의 또 다른 축인 대중 수출도 회복세다. 9월 대중 수출은 17.6% 감소한 110억달러인데 이는 올해 최대 규모다. 작년 10월부터 적자가 계속되는 대중 무역수지도 최근 1년 사이 가장 적은 1억달러 적자에 그쳤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중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모듈 등 IT 제품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고 했다. 중국 기업들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도 지난 9월 기준 50.2를 기록해 6개월 만에 50 선을 넘었다. PMI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 국면을 의미한다.
◇자동차·선박 등 호조 지속… 수출 플러스 기대
우리 수출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중국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15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한 자동차(10%)를 비롯해 선박(15%), 철강(7%), 디스플레이(4%), 가전(8%) 등 6개 주력 품목 수출도 전년 대비 증가하며 4분기 수출 플러스(전년 대비 증가) 전환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8월 두 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냈던 석유 제품(-7%)과 석유화학(-6%) 수출도 9월엔 한 자릿수에 그쳤다. 미국(9%)과 EU(7%) 수출은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여 역대 9월 중 최대를 기록했고, 9월 반도체·석유제품·가전 수출은 올 들어 최대였다. 다만 아직 낙관론을 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며 “수출이 저점을 확인하는 단계라고 보는 게 맞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