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4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천문학적 적자 사태 해결을 위해) 뼈를 깎는 혁신과 내부 개혁을 추진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사장은 이날 ‘특단’이라는 수식어까지 달며 추가 자구안을 준비 중이라고도 했습니다. 2~3주 내에 발표하겠다고 합니다. 한전 정상화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국민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한전 스스로 재무 구조 개선 노력을 보여주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김 사장의 ‘특단의 자구안’은 말 잔치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인력 축소나 임금 삭감과 같은 ‘뼈를 깎는’ 자구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작기 때문입니다. 김 사장은 이날 “조직 규모 축소나 인력 효율화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노조와 대화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김 사장은 한발 더 나아가 “과거 한전이 시가 총액 2위였을 때와 비교한다면 거의 임금이 인상되지 않아 연봉 수준은 높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 사장은 자산 매각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했습니다. 산업은행·정부가 51% 지분을 가진 공기업 한전이 부동산 같은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자기희생’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전은 본사 인력을 축소해 지사나 새 사업단으로 분산해 인력 운영을 효율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일찌감치 구조조정 했어야 할 사안을 특단의 자구안이라고 내놓겠다는 겁니다.

지난해 발표했던 자구책 이행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한전 재무 개선 계획은 18조1000억원(자회사 제외) 규모인데, 올해 상반기 실적은 목표의 35% 수준(6조4000억원)입니다. 부동산 매각은 지지부진하고, 4급 이하 직원의 임금 인상분 반납은 두 차례 노조와 협의했지만, 노조 반발로 진전이 없습니다.

200조원 넘는 부채 탓에 한전이 한 달에 내는 이자만 3500억원입니다. 김 사장은 “전기 요금은 지금까지 못 올린 부분을 대폭 올리는 것이 맞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 살과 뼈를 깎겠다는 의지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전기 요금 인상’은 절대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