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산업의 주역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다. 하지만 K배터리의 핵심 경쟁력은 원료부터 핵심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까지 두껍게 포진한 탄탄한 배터리 생태계에 있다. 그간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산업들은 자체 기술력은 뛰어났지만, 소부장의 일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고 원재료도 해외 수입에 의존해 온 약점들이 있었다.
하지만 배터리 생태계는 일찌감치 관련 기술을 연구해 국산화하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배터리 주요 소재인 양극재 업체들은 2010년대부터 배터리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공정인 소성(燒成·불로 구움) 기술에 집중해 다른 국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확립했다. 리튬·니켈 등 주요 원료 역시 포스코가 2010년대 초반부터 남미 염호(鹽湖) 투자에 나서는 등 해외 자원을 직접 확보하고 있다.
배터리 출력과 성능을 결정해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시장에서는 세계 연간 생산량 1위인 에코프로비엠을 비롯, 엘앤에프·포스코퓨처엠·LG화학 등 기업들이 입지를 굳히고 있다. 배터리 충전 속도와 성능을 결정하는 음극재는 포스코퓨처엠이 세계 5위권, 중국 업체를 제외하면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엘앤에프도 최근 음극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양극과 음극이 닿지 않게 막아주는 분리막은 SKIET가, 음극재 코팅 재료인 동박은 SK넥실리스가 글로벌 1위 업체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전구체, 흑연, 리튬 등 주요 원재료도 자체 공급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포스코는 탄자니아 흑연 광산,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호주 리튬 광산 등에 투자해 원료를 조달하고 있다. 양극재의 핵심 원료지만 그간 중국산 의존도가 90% 이상이었던 전구체 역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양산 중이고, LG화학과 고려아연은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배터리 제조 장비에서는 디이앤티가 레이저 기술을 접목해, 칼날을 사용하던 기존 장비보다 이물질 발생을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에이프로는 완성된 배터리에 전기가 흐르게 하는 활성화 공정 장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