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싼 전기 요금을 이유로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상계 관세는 수출국의 장려·보조금 지원을 받은 제품에 부과하는 일종의 보복성 관세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달 “한국의 값싼 산업용 전기 요금이 사실상 보조금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수출하는 후판(두꺼운 철판)에 1.08%의 상계관세 부과를 최종 판정했다. 지난 2월 미 상무부는 두 회사 후판에 대해 1.1%의 상계관세 예비 판정을 내렸다. 업계와 산업부에서는 이번 상계 관세에서 전기 요금과 관련한 부문은 0.5%로 본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서 매년 상계 관세 부과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연간 미국에 수출하는 후판 물량은 4만t 수준으로 전체 후판 생산량의 2%에 그치는 데다 상계 관세율도 1% 수준으로 낮아 수익에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건과 관련해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가 싼 전기 요금을 이유로 다른 철강 제품과 품목으로 상계 관세 부과를 확대할 경우 통상 마찰이 예상된다. 낮은 전기 요금은 그동안 국내 산업계의 경쟁력으로 여겨졌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전기 판매가가 원가를 밑돌며 통상 이슈를 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산업부와 한전도 낮은 전기 요금이 계속될 경우 통상 문제로 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해 왔다. 국제 에너지 가격 사이트인 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 요금은 전 세계 133국 가운데 55번째로 싸다. 중국·대만보다는 높지만, 산유국인 미국·멕시코보다도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