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일본 자동차 회사 도요타가 2025년부터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탑재될 배터리를 10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연간 기준 전기차 25만대에 달하는 20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완성차 기업과의 합작 공장(JV)을 제외한 LG엔솔 단일 수주로는 최대인 약 30조원어치로 추정된다.
이로써 이번 계약으로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엔솔·SK온·삼성SDI가 지금까지 수주 앞으로 납품해야 할 수주 잔고는 ‘1000조원’을 돌파했다. LG엔솔이 올해 7월 실적 발표회에서 밝힌 2분기 기준 수주 잔고가 440조원이었고, SK온은 1월 말 수주 잔고가 290조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 수주 잔고는 업계 추산 약 260조원으로, 3사 합계 990조원에 이번 도요타 계약 최소 30조원이 더해져 1000조원을 넘어섰다.
2022년 연간 매출 기준으로, LG엔솔은 17년 치, SK온은 40년 치, 삼성SDI는 13년 치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증권가에선 미발표 계약을 포함하면 이미 1100조원대 수주 잔고를 달성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번 LG엔솔의 도요타 공급계약은 한국 배터리 산업의 세계 최고 수준 경쟁력을 재차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요타는 전기차 시장에서 후발 주자지만 전 세계에서 배터리 관련 특허(1300건 이상)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다. 전고체 배터리 등 자체 배터리 생산도 추진하고 있지만 ‘K배터리’를 택했다. 미국, 캐나다, 유럽 국가들의 조(兆) 단위 보조금을 내세운 K배터리 유치전도 계속되고 있다. 미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은 배터리 생산 공장을 유치하면, 수조원대 시설 투자, 양질의 일자리, 배터리 산업 생태계 구축 등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는 “한국 산업에서 1000조원 수주 잔고 상품은 전무후무한 일로, 우리가 후발 주자로 따라잡는 데 주력했던 다른 산업군과 달리 배터리를 초기부터 우리가 주도하면서 발생하는 일”이라며 “특히 중대형 배터리 기술에 선제적으로 도전한 것이 한국 배터리 산업의 명운을 바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