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기를 맞아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HD현대 조선 3사로 이직한 경쟁사 인력이 2년 반 동안 4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안팎에선 외부 인재 수혈 없이 경쟁 기업끼리 인력 쟁탈전만 치열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 5월까지 HD현대 소속 조선3사(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로 유입된 경력직 인력은 모두 415명으로 집계됐다. 회사별로는 삼성중공업 출신이 180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오션 179명, 케이조선 33명, 대한조선 23명 등 순이었다.
작년부터 본격 호황에 접어든 국내 조선업계는 인력 부족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작년 삼성중공업,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중소 조선사와 함께 공정위에 HD현대를 ‘핵심인력 부당 유인 행위’로 신고했다. 당시 이들은 신고서에서 HD현대 측이 다수의 기술 관련 핵심 인력에 접촉해 통상적인 보수 이상의 과다한 이익과 채용 절차상 특혜를 제공했다며 공정거래법상 사업활동 방해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작년 11월 현장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공개채용을 진행해 왔으며, 경력직 채용 역시 통상적인 공개 채용절차에 따라 모든 지원자가 동등한 조건에서 이뤄졌다”며 “부당 인력 유인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한 회사들 중 대부분이 신고를 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한화그룹 편입 후 경영 정상화에 나선 한화오션이 처우 개선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인재 채용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 심해졌다. 이에 인력난 문제와 채용 경쟁 관련해서 한화오션 권혁웅 대표가 이번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더 나은 처우를 내세운 스카웃 경쟁은 당연한 일이지만, 조선업 내부에서만 인력이 돌고 돌면서 중소 조선사를 비롯한 생태계 약화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부터 중소 조선사는 인력 부족으로 블록(선박 조립용 부품) 일감을 일부 반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