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참전 이후 고관절에 병이 생겨 왼쪽 다리가 오른쪽보다 짧아요. 그런데 저에게 맞춤 신발을 준다 하니 참 고맙네요.”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현충원 현충문 옆 귀빈실에서 열린 ’6·25 참전 영웅 맞춤 신발 증정식’에서 참전 용사 송두식(91)씨는 이날 세상에 하나뿐인 신발을 선물받았다. 송씨는 중공군을 격퇴했던 1951년 용문산 전투에서 싸웠다. 이후 고관절이 점점 불편해져 35년 전 양쪽 고관절에 기둥을 박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그의 왼쪽 신발에는 3㎝ 높이 신발창이 늘 들어가 있다.
이날 국가보훈부·한국경제인협회·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지난 7월부터 추진해온 ‘수호자의 발걸음’ 프로젝트 후속 행사를 열었다. 이 프로젝트는 6·25 전쟁 당시 추운 겨울 장기간 이어진 전투에서 동상을 입거나, 군화를 오랫동안 벗지 못해 발이 변형돼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찾기 어려운 참전 용사가 유독 많다는 점에 착안해 마련됐다. 지난 7월 ‘정전 70주년 기념식’을 위해 방한한 유엔 참전 용사 62명도 맞춤 신발을 선물받았다. 부산의 맞춤 신발 제조 업체 선형상사가 3D 스캐너로 용사들의 발 모양을 본뜬 뒤 신발틀과 신발창을 특수 제작했다.
이날 윤종진 국가보훈부 차관, 배상근 한경협 전무, 류영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은 참전 용사 대표로 참석한 송두식, 방지철(91), 전영기(91)씨에게 직접 신발을 신겨주었다.
전영기씨는 18세 나이로 학도병으로 입대, 1953년 정식 육군에 입대했다. 그해 지리산 인민군 토벌 작전인 ‘호남 게릴라 작전’에서 동상을 입은 이후 발 부종을 앓아 왔다. 전씨는 “당시엔 운 좋은 군인들만 군화를 신었고, 군화가 부족해 사망한 아군과 적군의 신발을 가져다 신기도 했다”며 “양말도 뒤꿈치가 없는 자루 같은 무명 양말을 신어 발에 병이 생긴 군인이 많다”고 말했다.
방지철씨는 1952~1953년 강원도 금성군의 고지를 두고 중공군과 탈환전을 펼쳤던 수도고지·지형능선 전투에 참전했다. 방씨는 “저녁에 중공군이 깃발을 꽂으면, 새벽에 우리가 다시 꽂으며 고지를 지켰다”며 “이번 정부가 참전 용사들을 많이 생각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신발을 제작한 선형상사 백호정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전국을 돌며 만나본 참전 용사 대부분의 형편이 어려워 보였고 어떤 분은 5000원짜리 구멍 난 운동화를 신고 계셔서 울컥했다”며 “참전 용사 대우가 더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