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이차전지의 핵심 원료 중 하나인 흑연 수출을 통제하기로 했다. 중국산 흑연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배터리 소재 업계 역시 이로 인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는 20일 ‘흑연 관련 항목 임시 수출 통제 조치의 개선·조정에 관한 공고’를 발표했다. 수출 통제는 올해 12월 1일부터 적용된다. 수출 통제 대상이 된 품목은 고순도(순도 99.9% 초과), 고강도(인장강도 30Mpa 초과), 고밀도(밀도 ㎤당 1.73ｇ 초과)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구상흑연과 팽창흑연 등 천연 인상흑연과 제품이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홈페이지에서 이번 통제 조치에 대해 “고민감성 흑연 품목 3종을 이중 용도 품목 통제 리스트에 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 용도 품목은 민간 용도로 생산됐지만, 군수 용도로 전환할 수 있는 물자를 의미한다. 흑연이 군수용품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수출을 제한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우리는 이미 관련 국가·지역에 변경 조치를 통보했다”며 “수출 통제 조치는 어떤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관련 규정에 들어맞는 수출은 허가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조흑연 수입량의 87%, 천연흑연의 72%가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지난 8월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 관련 품목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갈륨에 이어 흑연 수출까지 통제한 데 대해 산업용 핵심 광물을 ‘무기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철강, 야금, 배터리 업계가 흑연을 사용한다. 특히 배터리 업계는 음극재에 들어가는 흑연 사용량의 90% 이상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흑연 원료를 수입하기도 하고, 흑연으로 제조된 중국산 음극재를 수입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흑연계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중국에서 대부분 흑연을 수입해 음극재를 만들고 있어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다만 통관이 아예 안되는 건 아니고 절차가 지금보다 2~3주 정도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