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출이 1년여 만에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무역수지(수출-수입)도 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부진에 빠졌던 수출이 바닥을 확인하고 턴어라운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지난달 수출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551억달러(약 74조원), 수입은 9.7% 감소한 535억달러를 기록해 16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0월 수출액이 올 들어 월간 최대를 기록하면서 작년 10월 전년 동월 대비 5.8% 감소하며 시작한 수출 마이너스 고리는 13개월 만에 끊어졌다. 지난 6월부터 무역흑자가 5개월 연속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도 플러스로 돌아서며 주요 수출 품목과 지역에서 훈풍이 불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품목별로는 자동차(19.8%)가 1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가운데, 일반기계(10.4%)는 7개월, 가전(5.8%)은 5개월, 선박(101.4%)과 디스플레이(15.5%)는 3개월 연속 수출이 늘었다. 석유제품(18%)도 휘발유·경유 등 수출이 늘어나며 18% 증가하면서 8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도 89억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은 감소율인 -3.2%를 나타냈다.
지역별로도 주요 9대 수출 시장 중 6곳에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대미 수출은 101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10월 가운데 가장 많았다. 아세안으로의 수출도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최대 수출 시장이 대중 수출도 110억달러로 3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웃돌았다.
우리 수출이 지난 1년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반도체 수요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물론 휴대폰 등에서 늘어나고 있고, 감산 효과도 더해지면서 초과공급 상태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글로벌 경제가 워낙 나빴던 만큼 개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여러 지역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제는 이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받아들이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예정된 선박 수출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동차 호조도 이어지고, 반도체도 살아나고 있어 수출 플러스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실장은 “회복이냐, 아니냐를 따질 단계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회복은 맞지만, 금리 등 대외 요인들이 불안한 상황에서 추세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계절적인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대개 연말이 되면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내년에도 지속할지는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