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과 출연 기관을 포함한 공공 기관의 방만 경영은 중앙정부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더 심각하다. 숫자와 적자 규모에서 중앙 단위를 능가한다. 최근 5년 사이에만 전국 지자체에서 200개 넘는 공공 기관이 신설됐으며, 그들의 적자 규모는 같은 기간 3배 넘게 급증했다. 지방 공공 기관에 대한 감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점을 악용해 정치권 인사들을 위한 ‘자리’까지 우후죽순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지자체 산하 공공 기관은 2018년부터 작년 사이 총 205개 늘었다. 특히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사이 새롭게 만들어진 공공 기관이 170개로 87%에 달했다. 신설된 공공 기관 중에는 사회서비스원, 먹거리지원센터, 시민발전주식회사, 산업진흥원 등 기능이 불명확하거나 중앙 공공 기관과 겹치는 곳도 많다.
1999년 지방 공공 기관 설립 권한이 지자체에 이양된 후 공공 기관 난립 부작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업 규모가 크고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도시개발 분야가 심각하다. 국가적 논란이 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역시 지자체 산하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주도했다. 난개발이 심각한 것으로 평가받는 경기 용인시도 대부분의 개발 사업을 2003년 설립된 용인도시공사가 맡고 있다. 부동산 개발 업계 관계자는 “지방 도시공사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지역 정치인의 입김이나 민원에 휘둘리기도 쉬워 대규모 개발 사업을 맡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공 기관 방만 운영으로 인한 지자체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18년 52조5000억원이던 지방 공기업 부채는 지난해 61조3000억원으로 9조원 늘었고, 출자·출연 기관 부채도 5조원 가까이 늘었다. 지방 공기업 적자도 2018년 4936억원에서 지난해 1조9813억원으로 급증했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세금 낭비를 막으려면 지방 공기업 통폐합이 정답이지만 지역 민심이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