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행동대장으로 전락한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 기관의 방만 경영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이미 적자투성이라 해마다 혈세 지원 규모는 급증하지만, 공공 기관의 부채는 줄기는커녕 더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됐다. 정부 지원이 지난 2년 동안 15% 늘어나는 동안 부채는 24% 급증했다.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 기관의 부채는 정부 부채로도 잡히지 않아,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5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 순지원액은 109조2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 순지원액은 정부가 예산과 기금을 통해 공공기관에 직접 넣어주는 금액이다. 올해 순지원액은 정부 예산의 17.4%인 111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또 깨뜨릴 전망이다. 특히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 순지원액은 2019년부터 가파르게 올라 75조7000억원에서 2020년 94조6000억원, 2021년엔 9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래픽=양인성

하지만 정부가 혈세를 쏟아부어도 공공기관의 재무구조는 더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는 2018년 501조원에서 지난해엔 670조원에 달했다. 이들 공기업은 아무리 재무구조가 나빠도 정부 신용도에 기대 돈을 빌릴 수 있다 보니 위기감 없이,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권 차입으로 자금을 대거 조달하며 부채를 급증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 기관 평균 부채 비율도 2018년 155.7%에서 지난해 174.3%까지 높아졌다.

국가 재정에도 큰 부담이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 40% 수준이었지만, 올해 54.3%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더하면 부채 비율은 70%에 육박한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결국 공공기관의 자본금 확충이 세금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기관 부채 증가를 국가 부채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며 “이미 먼 산에서 바위가 떨어진 상황이라 손 놓고 가만히 있으면 어느 순간 바위는 눈앞에 닥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