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지난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글로벌 방위산업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국방 예산을 늘리고 무기를 대거 사들이면서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30여 년 만의 호황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인 미국, 전통 방산 강국인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 신흥 강자 튀르키예 등은 글로벌 수요에 다 대응하지 못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자 ‘전시 체제’에 준하는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생산 능력을 유지해온 한국 방산에 큰 기회가 찾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국 국방 예산 늘리고 무기 구매 나서
미국·독일·폴란드·일본 등 전 세계 국가들은 앞다퉈 국방 예산을 증액하고 있다. 러·우 전쟁뿐 아니라 중국의 대만 위협과 미·중 갈등 등 신냉전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해 국방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이자 전년 대비 10% 늘어난 8160억달러(1067조원)로 확정했다. 프랑스는 향후 7년간 국방 예산을 과거 7년 대비 36% 증가한 4000억유로(560조원)로 늘린다고 밝혔다. 이 밖에 독일·영국·네덜란드 등 다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이 자국 방어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무기 원조를 위해 국방 예산을 크게 늘렸다. 특히 폴란드는 올해 GDP의 4%까지 올리며 대규모 무기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우디·UAE·카타르·쿠웨이트 등 걸프만 4국은 미국이 중동지역 경찰 역할을 축소함에 따라 최근 무기 구매를 늘리고 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 세계 국가들이 책정한 ‘무기 획득 예산’은 올해 6800억달러로 2년 전 대비 24% 늘었고 향후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며 “방산업계는 30여 년 만에 빅뱅의 시대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각국, 생산 늘리는 중… 꾸준히 해온 한국 방산에 기회
‘글로벌 10대 무기 수출국’은 미국·러시아·프랑스·중국·독일·이탈리아·영국·스페인·한국·이스라엘 순(최근 5년간 무기 수출 점유율 기준)이다. 무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 미국은 직전 5년 대비 무기 수출이 전년 대비 14% 늘었고, 프랑스는 44% 늘었다. 반면 세계 2위·4위인 러시아와 중국은 서방의 제재로 각각 31%, 23% 감소했다. 이런 상황이 한국에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과 휴전 상태로 꾸준히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갖춰온 한국은 수출 성장률이 74%로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나라로 꼽혔다.
미국은 M1A2 에이브럼스 전차, 전술수송기 C-130, 5세대 전투기 F-35, 함대공·공대공·지대함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부터 첨단 무기까지 망라해 우방국에 수출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제너럴다이내믹스·RTX 등 미 방산업체들은 최근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차의 강자 독일 라인메탈은 그동안 공장을 놀리고 있다가 뒤늦게 재가동을 위한 설비 정비에 들어가는 등 글로벌 업체들이 앞다퉈 생산 설비를 손보고 있다”며 “꾸준히 이 산업을 유지해온 한국에 큰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상화력 주요 무기체계에서 특히 경쟁력을 갖춰 수출이 크게 늘고 있으며, 해군·공군용 무기도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이 보유한 주요 무기체계 70여 종 가운데 30여 종은 미국의 동종 무기를 100으로 봤을 때 90 이상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방산 수출이 확대되면, 정비·운영 수요가 늘어 산업 자체도 커질 뿐 아니라, 우리 무기 체계를 활용하는 우방국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채우석 방산학회장은 “방산업체는 신냉전 시대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방어 능력을 강화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