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온 조립 - 지난 9월 20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수리온이 조립되고 있다. FA-50 대규모 수출 이후 수리온 등 다른 항공기들도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동환 기자

지난 9월 20일 오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고정익동. 길이 180m, 폭 120m의 축구장 3개 규모인 공장 한가운데에선 폴란드에 수출될 국산 경전투기 FA-50 007, 008호기의 장비 교체가 한창이었다. 두 전투기는 이날 레이더 등 일부 장비와 부품을 폴란드식(式)으로 교체한 뒤 폴란드로 향했다.

항공기, 전투기 등은 ‘방위산업의 꽃’으로 여겨진다. 포, 전차 등 다른 무기체계보다 최첨단 기술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다. 이 때문에 미국, 러시아 등 일부 국가가 글로벌 시장을 독점한다. 그런데 KAI가 이 시장을 국산 전투기를 앞세워 뚫고 있다. ‘후발 주자’로 시작해 아시아, 중동 지역을 넘어 유럽까지 수주 계약을 성공시키고, ‘방산 본고장’인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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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주목하는 FA-50…'방산 본고장’ 美 수출 도전

FA-50은 한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다. FA-50은 T-50을 2011년 경전투기로 개조·양산하면서 탄생했는데 “경전투기가 무슨 소용이 있냐” “고등훈련용으로는 과도한 성능” 등의 비판이었다. 그러나 훈련기로 사용하는 경전투기 치고 성능이 좋고, 최신 전투기에 비해선 기능은 떨어져도 가격은 싼 ‘애매한’ 특징이 도리어 기회가 됐다. 훈련기와 전투기로 다 쓸 수 있어 국방비가 부족한 동남아 국가들엔 가성비 좋은 전투기라는 매력적 선택지가 된 것이다. 또 한미연합훈련에 투입돼 미국산 전투기와의 높은 호환성도 증명했다.

이에 KAI는 지난해 9월 폴란드에 48대 대규모 수주를 성공시켰고, 올해 2월엔 말레이시아에 18대 수출 계약을 맺었다. 폴란드 인접국 공략을 위해 이달 유럽사무소를 개소했고, 수출 물량이 더 늘어날 것을 대비해 공장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FA-50의 우수성이 입증되자 KAI의 다른 제품들에 대한 수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형 헬리콥터 ‘수리온’ 역시 최근 일부 국가와 수출을 논의 중이다. 조우래 KAI 수출본부장은 “유럽·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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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는 방위산업의 본고장인 미국 수출에도 도전한다. 미국 해군·공군은 고등·전술 입문기와 전술 훈련기 사업을 진행할 예정인데, 이 사업에 KAI는 미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함께 손을 잡고 500여 대의 전투기를 납품 계약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K-방산 역사상 무기 부품이 아닌 전투기, 탱크 등 완제품으로는 최초의 미국 수출이 된다. 성공만 한다면 총 1300대, 약 65조원 규모 신규 계약이 체결될 전망이다. 이는 자동차 200만대 이상을 수출한 규모다.

◇자주포·장갑차·미사일…자유민주주의 수호하는 육해공 K어벤저스

K방산은 전투기뿐 아니라 지상전에 필요한 포·장갑차, 바다를 지키는 수상함과 잠수함 등의 수주에도 성공하며 육·해·공을 망라한다. 2001년 터키 수출을 시작으로 전 세계 자주포 시장을 장악한 ‘K9 자주포’(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00년부터 20년간 전 세계 자주포 신규 시장의 52%를 차지했다. 지난해 폴란드와 대규모(648문) 계약까지 맺어 이젠 70%를 넘게 됐다. 한화가 호주 수출을 겨냥해 개발한 ‘레드백 장갑차’는 약 2조원 규모 129대를 공급하게 된다.

그래픽=양진경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미사일 ‘천궁II’(LIG넥스원)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원대 구매계약을 맺고 첫 수출에 성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천궁II와 K9 자주포 등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이르면 연내 조 단위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

군함 시장에선 HD현대와 한화오션이 부상 중이다. 향후 10년간 전 세계 군함 시장 규모가 약 325조원(243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망되고, 캐나다 60조원(8~12척), 폴란드 5조원(2~3척), 필리핀 3조원(2척) 규모의 잠수함 발주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